[공연 리뷰]길고 지루한 독백들… 짧고 화려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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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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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코러스 라인’
연출 ★★ 노래 ★★☆

뮤지컬 ‘코러스 라인’. 197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의 댄서 오디션 현장을 그린 이 작품은 한국 상황에 맞게 내용을 손질하지 않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사진 제공 나인컬처
뮤지컬 ‘코러스 라인’. 197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의 댄서 오디션 현장을 그린 이 작품은 한국 상황에 맞게 내용을 손질하지 않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사진 제공 나인컬처
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뮤지컬 ‘코러스 라인’(연출 바욕 리)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올린 무대로는 국내 첫 공연이다. 미국 브로드웨이 신작 오디션에 참가한 댄서 17명의 도전기를 그린 이 작품은 1975년 초연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고전이 됐다.

그러나 그 명성에 비해 3일 공연한 이 작품은 단조롭고 지루했다. 특별한 극적 갈등이나 감정의 고조없이 20여 명의 오디션 지원자가 한 명씩 나와 힘겨웠던 성장 배경과 미래의 꿈을 털어놓는다는 게 극의 얼개였다. 가끔 2, 3명이 춤과 노래로 흐름에 변화를 주지만 큰 줄기의 변화는 없다. 17편의 ‘인간극장’ 하이라이트를 연달아 보는 느낌이었고, 배우들이 각자 엇비슷한 하소연을 하는 탓에 나중에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2시간 10분 동안의 공연 가운데 70%가량을 배우들의 독백이 차지했다.

이들의 고민에 공감이 간다면 단조로운 느낌은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켓 댄서가 되고 싶다” “‘앤 밀러(1940년대 활약한 미국 배우)’같이 되고 싶다”는 배우들의 꿈은 그 의미를 모르는 한국 관객에게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원작의 배경인 1970년대 중반 브로드웨이 댄서들의 꿈을 한국 상황에 맞게 손질하지 않은 탓이다. 게이임을 밝힌 ‘폴’이 눈물의 독백을 펼친 뒤 다리 부상을 입었다며 다시 등장하지 않거나, 한때 연인이었던 ‘잭’과 ‘캐시’가 재회한 뒤 별다른 결론을 맺지 않고 극이 끝나는 점도 의아했다.

배경인 대형 거울 외에 별다른 무대 장치가 없기에 배우들의 노래와 댄스, 연기의 비중이 컸다. 하지만 연출가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이 세 가지를 다 잘하는 배우를 무대에서 찾기는 어려웠다. 배역의 비중은 비슷했으나 배우의 기량에는 편차가 컸다.

뮤지컬은 배우들이 황금색 옷을 입고 나와 대표곡 ‘원(one)’에 맞춰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하이라이트인 이 부분은 4분가량 이어졌고, 관객들의 호응도 컸다. 하지만 2시간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피날레로서는 짧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6만∼10만 원, 8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02-722-8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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