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김지미-엄앵란 얼굴부터… 65년간 대한민국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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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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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의 산증인’ 아모레퍼시픽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매장.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국내 첫 한방 화장품 브랜드다. 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매장.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국내 첫 한방 화장품 브랜드다. 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
《“대한민국 화장(化粧)의 역사는 곧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다.”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설립된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 2006년 사명 변경)은 창립 이후 국내 화장품 시장 1위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화장품 업계의 ‘절대 강자’다. 변변한 화장품을 만들 기업이 없던 시절 아모레퍼시픽이 가는 길은 그 자체가 역사일 수밖에 없었다.》날림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품질 제일주의’ 신조 아래 선보인 ‘메로디 크림’은 여성들의 필수품이었고, 남성들의 머리 손질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 ‘ABC포마드’는 국내 최초 순식물성 제품이었다. 1971년 우리나라 최초의 메이크업 캠페인 ‘오 마이 러브’는 자기표현에 주저하고 서툴기만 했던 여성들에게 ‘화장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노력’이라고 인식하도록 했다. 최초의 한방 화장품 ‘설화수’도 대한민국 화장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 전문지 ‘향장(香粧)’에는 화장과 함께한 아모레퍼시픽의 도도한 숨결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 52년 동안 대한민국 화장의 모든 것 담아

아모레퍼시픽이 발간하는 잡지 향장은 6월호로 통권 500호를 맞이했다. 1958년 8월 ‘화장계(化粧界)’로 창간해 월간에서 격월간, 휴간을 거쳐 1972년 향장으로 재창간한 이후에는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발행하고 있다. 향장은 그 자체가 방대한 ‘화장 역사서’다. 지금도 월평균 약 100만 부를 발행할 만큼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용법 등 다양한 화장품 정보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향장은 화장품 종류를 세분화해 새로운 개념의 제품 개발을 촉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장은 출판 역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화장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 스타일 연출법과 단편소설, 유명 인사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교양지로서의 역할도 한 것이다. 또 이빈화, 김지미, 엄앵란, 김혜정 등 당대 최고의 미녀들을 표지 모델로 삼은 것도 유명하다. 표지를 스크랩하기 위해 향장을 모으던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계속 이어져 탤런트 임예진을 비롯해 미스코리아 김성희, 장윤정, 김지호, 이승연 등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들이 표지 모델이 됐다. 2000년에는 탤런트 김태희가 향장 모델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 2015년까지 매출 5조 원 달성

아모레퍼시픽은 회사의 비전을 ‘고객의 미와 건강을 위해 토털 케어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정하고 2015년까지 매출 5조 원(국내 3조8000억 원, 해외 1조2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 뻗어 나갈 수 있는 ‘글로벌 슈퍼 메가브랜드’ 5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효과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2006년 6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투자회사인 ㈜태평양과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으로 회사를 나눴다. 이는 1990년대 초부터 진행돼 온 구조조정의 완결 과정으로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핵심사업 역량 강화, 주주가치 제고, 경영위험분산 등의 효과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비전 달성에 필수적인 생산시설 확충 및 물류 효율성 강화를 위해 경기 오산에 2011년까지 총 17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공장을 아시아 사업을 위한 생산과 물류 허브로 활용할 예정이다. 새 공장은 태양광이나 빗물 등 대체에너지 활용시설 및 자연생태공원 등을 갖춘 친환경 공장으로 건설해 글로벌 수준의 지속가능 경영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1950년대 빨간입술… 1960년대 마스카라 유행
한국미인들의 ‘화장 교과서’

■ 1958년 창간 ‘향장’


“대한민국 화장법과 화장품, 패션과 유행의 역사를 보려면 향장을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향장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화장 역사서’다. 표지만을 보고도 한국 화장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 향장의 전신인 화장계를 보면 서양식 화장법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헤어스타일은 청순한 이미지의 오드리 헵번과 관능적 이미지의 메릴린 먼로 타입이 유행했다. 눈썹은 두껍고 진하게, 속눈썹은 길게 붙였고, 입술은 지나치리만큼 빨간색을 발랐다.

1960년대는 핑크색이 들어간 볼 터치에 눈썹을 두껍게 그리거나 아예 눈썹을 미는 것이 유행이었다. 마스카라를 많이 발라 눈을 도드라지게 했고, 입술은 입술 선을 강조하고 흐린 핑크 펄 립스틱을 발랐다. 이에 따라 1960년대에는 립스틱과 아이섀도, 파운데이션, 매니큐어, 마스카라 등이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남성들이 스킨 케어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가 1970년대다. 계절별로 스킨 케어 제품이 선보인 것도 특징. 이 때부터 단순한 보습 제품이 아닌 피부 노화방지 등 기능성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여성미를 추구하는 메이크업이 인기를 끌어 눈 부위에 펄이 들어간 아이섀도를 바르는 화장법이 보편적이었다. 광대뼈를 강조하기 위해 얼굴 윤곽을 그리는 것과 립스틱 위에 립글로스를 덧칠하는 것도 유행했다.

1980년대 메이크업의 핵심은 ‘컬러풀’이었다. 핑크와 오렌지, 블루와 그린 등의 색조가 인기를 끌었다. 1983년 이후 화장품 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는 외국기업과 기술 제휴를 통해 많은 신제품을 쏟아 냈다. 고농축 영양 에센스, 한방 화장품 등의 고급화가 시작되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는 ‘깨끗함’, ‘상큼함’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화이트닝, 안티 링클 등 고급 다기능성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남과 다른 모습을 가꾸기 위해 맞춤 화장품의 개념이 처음 도입됐고 피부 관리실이 성행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1991년 ‘마몽드’ 1994년 ‘라네즈’, 1995년 ‘헤라’, 1997년 ‘아이오페’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인 것도 이런 추세에 따른 것이다.

2000년대 화장은 ‘사이버틱’하고 테크노적인 메이크업이 특징.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내추럴 메이크업이 유행한 점도 눈길을 끈다. 주름, 미백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이 강조된 화장품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졌다. 그 결과 화장품과 바이오 테크놀로지와의 결합이 이뤄졌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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