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23>有始有卒者는 其惟聖人乎인저

  • Array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논어’ ‘子張’의 제12장에서 子游(자유)가 子夏의 문인들이 세세한 예절은 배우지만 근본 공부는 못했다고 비판하자 자하는 지나치다고 반박을 했다. 그리고 “군자가 사람을 가르치는 도리로 말하면 어느 것을 먼저라 하여 전수하고 어느 것을 뒤라 하여 가르치길 게을리 하겠는가”라 반문하고 초목에 비유하면 종류로 구별하듯이 어린 사람에게는 小節부터 가르쳐 차츰 高遠하고 근본적인 것을 가르쳐나가는 방법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하는 오직 처음과 끝을 구비하고 있고 어린 제자들은 그러한 경지에 있지 않거늘, 만일 어린 제자들에게 점진적인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자들을 속이는 일이 된다고 했다. 有始有卒은 처음도 있고 끝도 있어서 처음과 끝이 하나로 관통되어 있다는 말이니, 처음은 根本(근본), 끝은 枝末(지말)을 가리킨다. 惟는 唯와 통용한다.

북송의 程이(정이)는 성인의 도에는 精(정)과 粗(추, 조)의 구별이 없다고 했다. 精은 형이학의 이치, 粗는 형이하의 공부를 말한다. 정이는, 물 뿌리고 마당 쓸고 어른의 말에 응하고 손님을 대하는 작은 일로부터 義理를 정밀하게 연구하여 깊고 높은 경지에 들어가는 일에 이르기까지, 본래 하나의 이치로 관통되어 있다고 보았다. 下學而上達(하학이상달)이 이것이다. 성인은 평소 精과 粗, 大와 小를 막론하고 모든 일에서 미진한 점이 없고, 굳이 생각을 하지 않고 억지로 힘을 쓰지 않는 가운데(不思不勉) 천도의 실상과 순수하게 부합한다.

이에 비해 배움의 길에 들어선 사람은 아직 공부의 경지가 옅고 익힘이 익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그들에게 갑자기 높고 원대한 것을 말해준다면 그것은 그들을 속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교육이란 것이 만일 사람을 크고 원대한 인격으로 성숙시켜 나갈 수 없다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