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06>謂虞仲夷逸하사되 隱居放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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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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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이어진다. 공자는 逸民(일민) 가운데 伯夷(백이)와 叔齊(숙제), 그리고 柳下惠(유하혜)와 少連(소련)에 대해 논평한 후, 이번에는 虞仲(우중)과 夷逸(이일)에 대해 평했다. 백이와 숙제는 뜻을 높이 지니고 외부의 모욕을 받지 않았다. 유하혜와 소련은 뜻을 굽히고 몸을 욕되게 했으나 말하는 것이 윤리나 조리에 맞고 행실이 思慮(사려)를 벗어나지 않았다. 즉 言中倫(언중륜)과 行中慮(행중려)의 언행을 했다. 그런데 우중과 이일은 숨어 살면서 放言을 했다. 放言은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는 것을 뜻한다. 단, 이들은 身中淸과 廢中權의 덕목을 지녔다. 中은 부합한다는 뜻이니 身中淸이란 몸이 淸廉(청렴)에 부합했다는 말이다. 廢中權의 廢는 세상에서 버려짐을 뜻하고 權은 때와 장소에 맞춰 적절하게 변화하는 權道를 말한다.

虞仲에 대해 주자는 그가 곧 仲雍이라 보았다. 중옹은 주나라 조상인 古公의 둘째 아들이다. 큰형 太伯이 아우 季歷(계력)에게 왕위를 양보하려고 남방으로 피해 吳(오)나라 太伯이 된 후 중옹을 후계로 삼았다. 하지만 顧炎武(고염무)는 虞仲은 仲雍의 증손인 吳仲이라고 논증했다. 정약용도 그 설을 따랐다. 夷逸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許穆(허목)은 고뇌하는 방랑자 金時習, 시대의 광인 鄭希良, 道家의 기인 정렴과 정작 형제, 경상우도의 高士 鄭斗를 위해 ‘淸士列傳’을 지었다. 다섯 사람은 세상에 변고가 있자 속세와 발을 끊되 공자가 말했듯이 몸이 깨끗함에 맞고 버려져도 권도에 부합했으므로 淸士라 할 만하다고 본 것이다. 난세를 피하는 일시적 행동만 깨끗하고 삶 전체의 자취는 극히 더럽다면 그런 사람은 淸士라 할 수가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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