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영장류의 모성, 과연 자기희생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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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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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탄생/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황희선 옮김/1016쪽·4만3000원·사이언스북스

모성은 본능의 영역에 포함되는가. 책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수천 년간 어머니의 자기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자식 사랑은 본능이자 의무라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영장류의 생태를 연구한 인류학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이를 편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모성은 자기희생적일까. 물론 새끼가 어미를 식량으로 삼는 어미 포식 거미들도 있다. 하지만 생애 단 한 번 번식하는 어미 포식 거미보다 포유류와 영장류는 훨씬 오래 산다. 새끼 돌보기만큼 생계와 휴식도 중요하며, 번식을 미루고 자신의 성장을 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긴 생애 동안 번식 성공률 자체를 높이기 위해 각각의 자식에 대해서는 ‘어머니답지 않은’ 행동, 전략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활동과 모성은 상충될까. 제인 구달이 오랫동안 관찰한 어미 침팬지 플로는 무리의 우두머리였다. 플로는 단순히 자식을 낳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식들이 무리 내에서 계속해서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플로의 자식과 손자들은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저자는 “어미 침팬지들은 그저 맹목적인 양육자인 것이 아니라 기업가적인 제왕이기도 하다. … ‘큰 야망을 품은’ 암컷의 성향은 모성과 충돌하기는커녕 어머니의 성공에서 본질적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애착이론은 아기가 엄마에게 강한 애착을 느끼고, 이를 박탈당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오랫동안 여성의 양육의무를 뒷받침하는 근거였다. 저자는 돌보는 이가 정해져 있을 필요는 있으나 꼭 어머니이거나 한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영장류는 물론 인간 부족 중에는 대행자에게 자식 양육을 맡기고 생계를 위한 활동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책은 동물이나 인간 집단의 사례를 바탕으로 산후우울증, 양육 분담, 영아 살해 등 모성과 연관된 다양한 주제를 탐구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기존의 수동적이고 자기희생적인 모성 대신 능동적이고 다면적인 모성을 재발견해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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