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예지-창조력의 원천 꿈이 역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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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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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힘/로버트 모스 지음·신현경 옮김/384쪽·1만6000원·수막새

꿈은 무의미하지 않다. 상상력과 창조력의 원천이며 실제로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호주 태생으로 역사를 전공하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자를 지낸 저자는 꿈이 역사와 인류에 미친 영향을 추적했다.

꿈은 역사적으로 종교를 태동시키고 발전시킨 중심에 있었다. 고대 인도인들은 인간이 사는 세상 자체가 초월적 존재인 비슈누가 꾸는 꿈이라고 믿어 그가 꿈꾸는 것을 멈추면 이 세상도 멈춘다고 생각했다. 로마 제국 황제들이 모시던 신 세라피스는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의 꿈 때문에 탄생하기도 했다.

티베트 불교에는 잠을 자면서 수행하는 꿈 요가가 있는데, 이것은 의식을 키우고 집중시키는 연습 방법인 동시에 죽음과 내세 여행을 위한 훈련법으로 여겨진다.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꿈에 나타난 젊은 남자가 십자가와 비슷한 문양을 들고 싸우면 이길 것이라는 말을 믿고 행해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는 이후 로마에서 기독교가 번성하도록 도왔다. 그의 꿈이 기독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셈이다.

꿈은 예술에 에너지와 영감을 제공했다. 그리스의 극작가 아이스킬로스는 포도밭에서 포도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나타나 연극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꿈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스킬로스는 배우 한 명이 무대에 올라가 가무단과 함께 정적으로 의식을 치르듯 진행하던 공연에 제2의 배우를 도입했다. 서구 연극의 시초였다.

저자는 “꿈은 인류의 역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본요소”라고 강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저자는 “꿈은 인류의 역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본요소”라고 강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글을 쓰는 작업도 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작가들이 꿈을 기록하는 것을 작품을 준비하기 위한 창조적인 몸 풀기로 여겼다. 작가의 기억력을 소생 분출시키는 통로도 됐다. 작가 C S 루이스는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어느 날 꿈에 사자가 나타나 이야기를 끌고 가더니 급기야 나니아 연대기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꿈과 과학, 꿈과 예지력, 꿈과 의학 등을 풀어 놓는다. 또 잔 다르크, 마크 트웨인, 윈스턴 처칠과 같은 역사적인 인물들의 생애와 꿈의 관계에 대해서도 살핀다. 저자는 꿈을 꾸게 된 개인이 그 내용을 비전으로 만들고 실천함으로써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꿈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환영이 아니라 실용적인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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