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과 저승의 전령 ‘꼭두’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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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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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동숭동 박물관 개관


전통 상여(喪輿) 꼭두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소개하는 전문 박물관이 생긴다. 2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동숭아트센터에 문을 여는 꼭두박물관. 김옥랑 관장이 1970년대 말부터 전국 각지를 돌면서 수집해온 2만여 점의 꼭두를 소장하고 있다.

꼭두는 상여에 장식하는 다양한 모양의 나뭇조각을 말한다. 상여는 죽은 자의 시신을 장지까지 운반하는 가마 모양의 수레. 꼭두는 상여 둘레에 배치되어 죽은 자의 영혼을 지켜주고 위로하면서 저승까지 안내해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상여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꼭두도 함께 사라져갔다.

상설전시에 내놓은 꼭두는 대부분 18세기부터 일제강점기 사이에 만들었던 것들. 인물 조각과 용 봉황 조각이 주종을 이룬다. 인물 꼭두를 보면 그 역할에 맞게 꼭두의 모습도 다양하다. 죽은 자를 편안하게 안내하는 시종, 죽은 자를 지켜주는 무사, 죽은 자의 슬픈 영혼을 위로하는 악공(樂工)과 재주꾼…. 표정과 자세, 색감이 모두 달라 보는 이를 흥미롭게 한다. 인물 꼭두의 크기는 대부분 20∼30cm.

용 꼭두는 역동적이고 봉황 꼭두는 화려한 모습으로 꼭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해준다. 상여의 네 귀퉁이에 배치하는 봉황 꼭두는 특히 초월과 비상을 상징한다. 이 같은 꼭두들의 도움으로 죽은 자의 영혼이 무사히 저승에 이르게 된다는 옛사람들의 믿음이 담긴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김 관장은 “꼭두는 이렇게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존재,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가는 존재였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 관장의 꼭두인생 30여 년을 보여주는 특별전시도 마련된다. 서울의 청계천 5가에서 자루에 담긴 채 방치되고 있던 꼭두를 만난 뒤 30년 넘게 꼭두에 빠져든 과정을 소개한다. 김 관장은 1998년 ‘한국의 나무꼭두’를 출간했으며 그의 컬렉션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 호암미술관(지금의 삼성미술관 리움), 부산박물관의 특별전에 출품되기도 했다. 2007년 7월부터 지금까지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6개 도시 순회전을 열고 있다.

꼭두박물관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해 꼭두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박물관은 개관 기념으로 5월 5일과 8일 오전 10시 반과 오후 1시 동숭아트센터 5층에서 빛과 음악, 모래를 이용해 전통 동화의 세계를 체험하는 ‘샌드 퍼포먼스 공연’을 마련한다. 전시장 한쪽에 설치한 꼭두애니메이션도 재미있다. 02-766-3390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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