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교수, “한국불교 ‘인간 중심’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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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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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 우주론 연구서 낸 천문학자 이시우 교수

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2600년 전 부처는 과학적 우주론을 통해 세상의 진리를 설법했습니다. 오늘날 신비주의에만 매몰된 한국 불교가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천문학자인 이시우 서울대 명예교수(72·사진)는 신간 ‘붓다의 세계와 불교 우주론’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 책에서 불교의 우주론과 현대 천문학의 유사성을 소개하고 이에 근거해 한국 불교를 비판했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책을 쓴 계기를 묻자 그는 “1998년 퇴직한 뒤 출가를 결심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불교 종단에서 받아주지 않아 대신 경전 공부에 매달렸는데, 이 책은 그동안의 공부를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먼저 부처의 진동우주론을 소개했다. 진동우주론에 따르면 만물은 생겨서 머물다 부서져 사라지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순환을 반복한다. 이 교수는 “원시 경전인 ‘디가 니카야’ 등에 따르면 부처는 우주가 팽창, 수축을 반복한다는 진동우주론을 펼쳤다”며 “현대의 우주 팽창이론이 1920년대에 나온 것을 고려하면 2600년 전 부처의 발상은 대단한 불안(佛眼)”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천문학적 세계관과 불교의 세계관의 유사점으로 △미시, 거시 세계에 모두 순환적 사고를 요구하고 △정밀한 답을 찾기보다 가장 가능한 해답을 구하며 △만물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중시하는 점을 꼽았다. 이 교수는 “절대 진리는 없으며 모든 것은 변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두 세계관은 유사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 불교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 불교는 인간 중심주의에 빠져 마음에만 관심을 두는 관념 불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불교를 치마 불교라고 합니다. 나이 든 여성들만 복을 빌기 위해 절을 찾는 현실을 비꼰 말입니다.”

그는 불교가 현대사회를 이끌 사상이 되기 위해서는 스님들이 중국 선종의 고사를 반복해 공부하는 풍토를 개선하고 철학, 자연과학, 역사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불교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불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인간과 우주 만물의 진리를 통찰한다는 점에서 첨단 우주과학 시대에 가장 알맞은 종교입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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