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판은 소명… 조롱도 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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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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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군대 이야기’ 펴낸 김종광 씨

김종광 씨의 소설은 웃기지만 웃음 뒤엔 씁쓸함이 남는다.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싸우는 것 아니면 비아냥거림과 조롱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재명 기자
김종광 씨의 소설은 웃기지만 웃음 뒤엔 씁쓸함이 남는다.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싸우는 것 아니면 비아냥거림과 조롱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재명 기자
‘낙서문화사’ ‘율려낙원국’ 등 입담과 해학이 넘치는 소설로 사회현상을 풍자해온 소설가 김종광 씨(39). 최근 그가 잇달아 신작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펴낸 청소년 소설 ‘착한 대화’에 이어 올봄 장편소설 ‘군대 이야기’를 펴냈고 다음 주 단편집 ‘처음의 아해들’을 출간할 예정이다. 한 동료 소설가의 말을 빌리자면 “다른 작가들이 국어사전 개정판 내듯 작품을 내놓는 와중에 계간지 펴내듯” 책을 쓰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실제 대화도 소설만큼 재밌게 풀어갔다. 신작 발표가 몰린 이유에 대해 “몰아서 쓰는 경향도 강하고, 많이 쓰기도 하고, 운이 좋은 편이기도 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의 소설들은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병폐를 풍자, 조롱, 해학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상류계급의 허위와 위선부터 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나 소비주의 문화, 무식한 대학생들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이르기까지 비판 대상은 각양각색이다.

“사람들은 특정 기업인이나 대통령만 비난하지만 근본적으론 그것을 둘러싼 사회구조 자체가 문제인 거죠. 그것을 끊임없이 비판하는 걸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단순한 공격이나 비판이 아니라 조롱과 비아냥거림의 방식을 택하는 거지요.”

이번에는 그 대상이 군대가 됐다. 장편소설 ‘군대 이야기’는 1970년대 초중반 세대가 겪은 군대생활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현대 한국사회의 시대상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했다. 그는 “우리 세대가 사회에 부딪히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군대를 매개로 핍진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성격 덕분에 훈련소 에이스로 등극하는 훈련소 동기 에피소드를 비롯해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국방부의 불온도서 선정 등 사회적 이슈가 됐던 실화의 부조리한 이면을 풍자적으로 파헤쳤다.

대화체가 두드러지는 김 씨 소설의 특징은 이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으로 등단하기도 했던 그는 “가급적 희곡의 장점을 최대한 소설에 넣으려고 한다”며 “소설이라기보다는 ‘희곡소설’ 혹은 ‘소설희곡’을 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소설가 최인호 씨가 35년간 ‘샘터’에 연재했던 소설 ‘가족’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웃’의 연재를 시작했다. 책 세 권을 몇 달 안에 잇달아 출간하고 새 연재도 시작했지만 그에게는 다루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여전히 무궁무진한 듯했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처럼 한 작은 마을의 역사를 통해 우리 현대사 전체를 풍자하려는 욕심이 있어요. 1970년부터 2010년까지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시대 변화상을 담아낸 통 큰 작품을 한 편 준비 중입니다.” 그는 “하지만 그 전에 가수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을 먼저 내놓을 계획이고 올 하반기부터 인터넷에 또 다른 장편도 연재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광다웠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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