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 오페라, 번역 않고 원어로 많이 부르는 이유는?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Q: 오페라, 번역 않고 원어로 많이 부르는 이유는?

―난생처음 오페라를 보러 갔습니다. 자막이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차라리 우리말로 번역해서 부르면 더 좋겠다 싶었습니다. 같이 간 친구는 “번역을 하면 뮤지컬이지 오페라냐”며 딱하다는 투입니다. 오페라를 우리말로 부르면 안 되나요?(한광석·18·서울 양천구 목동)

A: 원어 특유의 미묘한 어감 살릴수 있기때문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노래하는 뮤지컬이 있는 것처럼, 번역해서 노래하는 오페라도 있습니다. 런던 콜리시엄 극장에서 공연하는 영국 내셔널 오페라(English National Opera)의 경우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로 된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노래합니다.

음악사상 주요 오페라들은 주로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로 쓰였는데, 러시아어나 그 밖의 언어로 쓰인 오페라들은 어느 나라에서든 자국어로 공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언어의 발음을 제대로 알고 있는 배역진으로 공연팀을 꾸리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까지는 우리말로 극본(리브레토)을 번역해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일이 많았는데, 198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 원어로 공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페라 공연에서 원어를 선호하는 이유가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작곡가들이 해당 언어로 작곡했기 때문’입니다. 작곡가들은 각각 자신의 모국어가 갖는 고저와 장단의 미묘한 느낌을 잘 알고 있고, 최대한 이런 언어의 특징을 멜로디에 살려내려 하죠. 푸치니 ‘투란도트’의 유명한 아리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를 ‘네순 도르마∼’가 아니라 만약 ‘잠들지 말라∼’나 ‘자면 안 된다∼’라는 우리말 가사로 듣는다면 단박에 어색한 느낌이 들 겁니다. 작곡가가 이탈리아어 특유의 어감을 잘 살려서 작곡했기 때문에 ‘외국인’인 우리에게도 이런 점이 전달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에 곧바로 반격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뮤지컬 넘버는 번역해서 부르지 않나. 뮤지컬과 오페라는 어떤 점이 다른데”라고 말이죠. 뮤지컬이 20세기에 인기를 얻은 장르답게 대체로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공연마다 새로운 ‘작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은 반면, 오페라는 바로크 이후 시대의 산물답게 작곡가가 만든 ‘원작’의 고유성을 더 중시하는 편입니다. 또한 영어와 달리 이탈리아어는 똑같은 ‘의미량’을 전달할 경우 음절(Syllable)을 적게 쓰는 편이어서, 다른 언어로 번역할 경우 음표에 말을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의미정보를 생략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씨가 대답해드립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