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이 연구]<5>안동대 ‘안동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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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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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문화 숨쉬는 집성촌 통해 현대인에 도움 줄 방안 찾죠”

집성촌 가장 많이 남아있는 지역특성 활용
관심 커져가는 한옥 등 자료 체계적 정리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적류(典籍類)를 보유한 곳의 하나이자 하회 별신굿 같은 민속문화의 원형이 남아 있는 곳. 안동문화의 특색은 한 가지로 잘라 말하기 힘들다. ‘유교문화의 중심지’ ‘성리학의 메카’인 동시에 신라시대 경주불교와 대비되는 독자적인 불교문화의 중심지였으며 구한말 혁신 유림들의 독립운동 거점이기도 하다. 이 복잡다단한 역사와 문화의 층위들을 한 번에 살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동문화연구소가 최근 중점과제로 삼고 있는 ‘동성마을’ 연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안동문화연구소는 유서 깊은 전통문화와 내력을 지닌 안동 지역의 문화를 연구함으로써 한국문화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조감하기 위해 1969년 일부 학자들이 설립한 곳이다. 1979년 안동대의 국립대 승격과 함께 개편, 확대된 뒤 현재는 민속학, 사학, 국문학, 한문학, 건축학 등 각 분야에서 안동대에 재직 중인 30여 명의 연구자가 소속돼 있다.

안동문화연구소의 동성마을 연구는 현존하는 문적을 바탕으로 현지 답사, 종택 방문, 종손 취재 등을 병행한다. 정진영 소장(왼쪽)이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도리의 문경 장수 황씨 종택을 방문해 장수 황씨의 문경 입향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곳은 황희 정승의 자손인 황규욱 씨(오른쪽)가 관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안동문화연구소
안동문화연구소의 동성마을 연구는 현존하는 문적을 바탕으로 현지 답사, 종택 방문, 종손 취재 등을 병행한다. 정진영 소장(왼쪽)이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도리의 문경 장수 황씨 종택을 방문해 장수 황씨의 문경 입향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곳은 황희 정승의 자손인 황규욱 씨(오른쪽)가 관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안동문화연구소
‘안동학’이라는 용어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 전까지는 주로 ‘민족문화와 의병사상’(1996년) ‘안동문화의 수수께끼’(1997년) ‘서원, 한국 사상의 숨결을 찾아서’(2000년) 등 특정한 테마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안동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이를 대중화, 관광 자원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안동 지역의 ‘동성마을’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학과 교수인 정진영 소장은 “마을이라는 것 자체가 오랜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민속, 역사, 사람, 문학, 전통문화 등이 모두 깃들어 있기 마련”이라며 “자료와 현장을 접목하고 특정 분과학문의 시각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학제 간 공동연구를 병행하기 위해 동성마을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동성마을’이란 부계혈통의 사람들이 모듬살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집성촌을 뜻한다. 안동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동성마을이 남아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학과 임세권 교수는 “안동문화권은 현재 행정구역상의 안동시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고려시대 행정권으로서의 안동대도호부에 속했던 경북 북부지역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북쪽으로는 영주, 봉화, 남쪽으로는 의성까지 안동문화권에 속한다. 이렇게 안동문화권의 동성마을에 포함돼 연구된 곳으로는 영양의 주실마을, 예천의 금당실·맛질 마을, 안동의 가일·수곡마을, 문경 산북의 서중리, 대상리, 대하리의 마을 등이 있다.

한 마을의 연구에는 사학 전공자가 연구한 마을 형성과정과 자치 조직뿐만 아니라 건축학 전공자의 전통민가 연구, 민속학 전공자의 공동체신앙 연구 등이 총체적으로 수록된다. 10여 명의 연구자가 연구할 동성마을을 방문해 마을의 구심점이 되는 종가를 찾거나 자료와 관련된 도움말을 종손, 후손들에게 녹취하고 현존하는 민간가옥들을 답사한다. 정 소장은 “최하 연령이 60세 정도인 곳이 많고 다른 농촌지역처럼 인구 감소, 전통적 가치관 붕괴 등으로 해체되고 있는 마을이 많다”며 “마을이 소멸되면 수백 년간 보존돼 온 전통문화들도 함께 사라져 찾아볼 길이 없어지는 것이라 연구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들은 궁극적으로는 전통마을의 소멸을 막고 좀 더 나은 문화적, 경제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미래 지향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동성마을을 중심으로 한 고건축들을 주로 연구하고 있는 건축학과 정연상 교수는 “최근 한옥과 한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를 실현할 만한 연구나 준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고건축, 한옥이 지천으로 널린 안동은 원천자료가 매우 풍부한 곳이라 동성마을 연구를 통한 재해석의 결과물을 현대인에게 바로 되돌려줄 수 있다”고 그 효용성을 강조했다. 동성마을 연구의 결과물들은 ‘문경 산북의 마을들’(2009년)을 비롯해 총 9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앞으로도 소외돼 온 지역과 지역민의 역사를 유교적인 전통마을과 그들의 삶을 통해 새롭게 기록하고 정리해 가고자 합니다. 이런 작업이 결국 진정한 세계화이며 지방화시대를 준비하는 지방 연구소의 역할이라는 게 저희가 가진 사명감입니다.”(정 소장)

안동=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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