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뉴욕은 거대한 미술축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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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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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리 등 11개 아트페어 북적… 한국화랑 다수 참여
美 현대미술 현주소 보여주는 ‘휘트니 비엔날레’도

미국의 최대 미술장터인 뉴욕 ‘아모리 쇼 2010’의 전시장. 전 세계에서 289개 갤러리가 참여해 컬렉터와 큐레이터 등 많은 미술계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뉴욕에서는 미국 화상들이 주최한 아트쇼 등 11개 아트페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이곳이 현대미술의 메카임을 실감하게 했다. 뉴욕=고미석 기자
미국의 최대 미술장터인 뉴욕 ‘아모리 쇼 2010’의 전시장. 전 세계에서 289개 갤러리가 참여해 컬렉터와 큐레이터 등 많은 미술계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뉴욕에서는 미국 화상들이 주최한 아트쇼 등 11개 아트페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이곳이 현대미술의 메카임을 실감하게 했다. 뉴욕=고미석 기자
미국의 최대 미술장터인 아모리 쇼(4∼7일·현지 시간)가 열린 뉴욕 맨해튼의 피어(Pier) 92, 94. 올해 12회를 맞은 행사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지난해부터 ‘모던’과 ‘컨템퍼러리’로 분리된 전시장에는 올해 시작한 ‘아모리 포커스’ 프로그램을 통해 베를린에서 참여한 22개 갤러리를 비롯해 289개 갤러리가 부스를 마련했다.

시내 한복판의 파크 애비뉴 아모리 빌딩에서 진행된 제22회 더 아트쇼(3∼7일)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미국아트딜러협회(ADAA)가 개최하는 행사로 주요 화랑들이 참여해 블루칩 작품을 거래하는 장터다. 70개 부스 중 매리언굿맨 등 26곳이 개별 작가의 단독전을 열었다. 예년의 경우 아모리 쇼와 시차를 두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맞붙어 고가(高價) 미술품 시장을 놓고 벌인 두 아트페어의 경쟁도 관심거리였다.

뉴욕의 3월이 현대미술의 축제로 막이 올랐다. 두 아트페어와 더불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는 스코프, 펄스, 볼타, 레드닷 등 위성 아트페어에 ‘더치 아트 나우(Dutch art now)’와 코리안 아트쇼까지 11개 아트페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적자생존’의 게임을 펼치고 있는 것. 아트페어뿐 아니라 베니스, 상파울루와 같이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휘트니 비엔날레가 지난달 25일 개막해 뉴욕을 찾아온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 아트페어에 선보인 한인 작품

아모리 쇼와 아트쇼는 클림트, 피카소, 콜더, 라우션버그, 윌렘 드 쿠닝 등부터 루이스 부르주아, 애니시 카푸어, 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까지 두루 내놓고 있다. 미국의 갤러리스트 하트만 씨는 “안정적 판매가 보장된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선보였지만 불경기의 그늘이 짙어서 매출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많은 아트페어가 열렸지만 래리 가고시언 등 세계적 컬렉터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메이저 갤러리의 불참도 눈에 띄었다.

아트페어는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고 주목받게 만드는 무대이기도 하다. 장터가 마감된 뒤에도 판매가 이어질 수 있고, 해외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 기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아모리 쇼에는 한국에서 국제, 가나, 원앤제이 갤러리가 참여했다. 가나는 내년에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가 잡힌 이우환 씨의 대작 ‘선으로부터’를 내걸었고, 국제갤러리는 이기봉 김홍석 양혜규 센정 김기라 전경 강애명 씨 등 다양한 세대의 작품을 고루 선보였다. 원앤제이는 신진작가 김윤호 씨의 영상과 사진으로 부스를 꾸몄다. 스코프에선 예화랑, 관훈, 가이아 갤러리가 참여해 최인선 박광성 정종미 씨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외국 갤러리 중 필라델피아 록스 갤러리는 이우환 씨의 작품을, 뉴욕의 유명 사진 갤러리 요시밀로는 이명호 씨의 ‘나무’ 시리즈를 대표작으로 내세웠다. 김수자 김동유 조소연 씨의 작품도 외국 부스에서 선보였다.

○ 미국 현대미술의 현주소

5월 30일까지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리는 ‘휘트니 비엔날레’는 1932년 처음 시작된 미국 작가들의 비엔날레다. 현대미술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미국 미술의 현재를 보여주는 휘트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올해는 독립큐레이터 프란체스코 보나미가 전시감독을 맡고 5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아트페어와 마찬가지로 비엔날레도 경기 침체 탓인지 실험성 강한 대형 작업은 보기 힘들었다. 2006년 비엔날레에 비해 규모는 절반 정도 축소됐고, 사진과 드로잉,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작품의 비중은 커졌다.

미국 중산층 주택의 모형을 만든 뒤 이를 사진으로 촬영한 제임스 카세베르의 사진은 아름답고 섬뜩하다. 작가가 실제로 벽을 뜯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담은 케이트 길모어의 영상 설치작품은 연민과 웃음을 자아낸다. 니나 버먼의 사진 연작 ‘마린 웨딩’은 이라크전쟁에서 끔찍한 부상을 입은 병사의 일상을 기록해 강렬한 ‘반전’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전시장에 자리한 대형 자동차의 앞 유리창에 할리우드 영화부터 뉴스까지 다양한 영상을 비춘 ‘하이 퀄리티 파운데이션’의 설치작품 ‘우리는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도 우리를 사랑한다’에는 관객들의 큰 관심이 쏠렸다.

뉴욕=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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