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철학 거장들의 1대1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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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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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vs철학/강신주 지음/928쪽·3만5000원·그린비

보통 사람들에게 철학은 불편한 존재다. 세계와 자신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위해 배워야 한다는 의무감과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까’라는 당혹감이 교차하면 철학을 벗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경희대 철학과 강사인 저자는 서문에서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인문학에서 철학이 차지하는 위상은 자연과학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철학이 인문학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읽자마자 철학자들의 텍스트를 넘기도록 유혹하는 철학사를 쓰고 싶었다”며 철학자 두 명의 견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철학사의 주요 주제를 소개한다. 동서양 철학을 망라하는 56개 주제를 다뤘다.

저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비교하며 ‘사물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풀어간다. 플라톤에게 본질이란 실제 세계와 대비되는 이데아에 존재한다. 이데아는 아름다움 자체, 좋은 것 자체인 반면 현실세계는 불완전한 아름다움, 불완전한 좋음이다. 이와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세계를 긍정했다. 본질은 각각의 개체에 내재한 것으로, 저기 높은 천상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지상에 있는 것이었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청년과 장년기 사상을 비교하며 ‘인간은 언어를 벗어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림이론’으로 대표되는 청년 비트겐슈타인 사상은 ‘언어란 세계의 사실들과 그 관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했는데 말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자연과학 명제들이었다. 세계의 사실들을 그림처럼 묘사하는 언어만이 말할 수 있는 명제이며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은 말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반면 장년기의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쓰이는 사회적 맥락에 주목했다, ‘논리철학 논고’에서 그는 언어가 사물과 일대일의 절대적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문맥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나라 때 고승인 법장(法藏)과 백장(百丈)을 통해서는 ‘종교는 국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설명한다. 법장은 교종의 일파로 지적인 통찰과 가르침을 강조한 화엄종을 체계화했는데 당시 여제인 측천무후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장은 ‘모든 개인적 고통은 자신이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망각했을 때 발생한다’고 설파했지만 이는 측천무후라는 절대 권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됐다. 이에 비해 선종을 대표하는 백장은 개인의 수행을 강조하며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스님들의 공동체를 만드는 데 공헌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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