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인류-지구-우주의 나이 무엇으로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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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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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륨-아르곤 연대측정법으로
직립보행 인류 출현시기 추정

은하에서 오는 빛 파장 이용
137억년 우주나이 알수있어

◇모든 것의 나이/매튜 헤드만 지음·박병철 옮김/384쪽·2만 원·살림

세상에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첨단 장치가 많지만 이런 성취를 가능하게 해 준 인류의 지식 축적은 중세 이후 수백 년에 불과하다. 5000년 전으로만 가도 문자로 기록한 인류의 역사는 없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 것은 약 20만 년 전이고, 현생인류와 비슷한 최초의 직립보행 인류는 약 600만 년 전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포유류는 파충류와 양서류, 어류로 거슬러 올라가 단세포 생물로부터 출현했다. 이 모든 생명체를 잉태한 지구는 약 45억 년 전, 그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가 50억 년 전, 태양계를 담은 우주 전체는 137억 년 전에 탄생했다는 것이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우주 연대기다.

물리학과 인류학을 전공하고 미국 코넬대 천문학과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저자는 빅뱅부터 문명화까지 시대별로 역사의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을 소개함으로써 ‘존재’에 대해 폭넓게 사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시대별로 그 시대의 존재를 증명하는 시간 측정법은 달력이라는 직접적인 기록부터 별빛의 적색편이(빛의 특정 파장이 어떤 요인에 의해 조금 더 길게 관측되는 현상)를 이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역사학, 고고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적 지식이 동원됐다.

중앙아메리카에 거의 1000년 전에 살았던 마야인들은 얼굴 그림이 들어간 상형문자를 다수 남겼다. 이들 대부분은 최근 30년 동안 해독됐는데 그 속에는 연대를 기록한 달력이 있었다. 이들은 변형된 20진법을 사용하고 있었고 역사적 사실을 상형문자로 남기면서 그 연대를 20진법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고고학자들은 마야인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첫날’이 기원전 3114년 8월쯤인 것을 밝혀냈다.

우주 속 존재의 역사를 규명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마야 달력, 탄소 동위원소, 나이테, 별빛의 적색 편이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우주 역사의 실체에 다가서고 있다. 그래픽 김성훈 기자
우주 속 존재의 역사를 규명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마야 달력, 탄소 동위원소, 나이테, 별빛의 적색 편이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우주 역사의 실체에 다가서고 있다. 그래픽 김성훈 기자
고고학에서 단골처럼 사용하는 연대측정법은 탄소 동위원소(탄소-14)의 반감기를 이용한 방법이다. 저자는 한 무더기의 탄소-14가 5700년이 지나면 절반가량이 질소-14로 변환되는 현상에 포함돼 있는 핵물리학 원리를 설명하면서 탄소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법의 놀라운 힘을 소개한다. 탄소 동위원소 측정법은 문헌 등으로 연대를 알 수 있는 나무배 조각을 이용한 검증을 거쳐 주요한 연대 측정법으로 사용된다. 학자들은 나이테 성장 연대기와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법을 활용해 기후를 연구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보면 남북아메리카 대륙에 인류가 처음 출현한 시기는 약 1만3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법이 만능은 아니다. 최초의 직립보행 인류의 유물을 발견하더라도 그 속에 있는 탄소 동위원소의 수가 너무 적어 연대 측정은 불가능하다. 이 시기에는 반감기가 1억2800만 년인 칼륨-아르곤 연대측정법이 사용된다. 유전자(DNA)를 이용한 연대 측정법도 이 시기 동물의 분화시기를 추정하는 도구로 유용하다. 북극곰과 회색곰의 DNA 염기 서열이 다른 부분은 1%이고, 늑대와 코요테의 차이가 3%인 사실에서 그들이 공통의 조상에서 분리된 상대적인 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 늑대와 코요테로 분리된 시기가 북극곰과 회색곰으로 분리된 경우보다 3배 오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인류는 현재 DNA 염기 서열과 형태학적 분류법을 적용해 1억 년 전의 시대를 연구하고 있다.

가끔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을 통해서는 태양계의 근원과 초기 역사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운석의 중심부에는 타임캡슐처럼 태양계의 행성이 형성되기 전에 우주 공간을 떠돌던 먼지가 바위처럼 뭉쳐있다. 운석의 연대 측정에는 반감기가 무려 500억 년이나 되는 루비듐 동위원소(류비듐-87) 등이 사용된다.

먼 별과 은하에서 오는 빛을 이용하면 우주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오는 빛 중 나트륨과 같은 특정 원자에서 방출되는 것을 걸러서 지구에서 관측한 결과와 비교하면 이들의 파장이 몇 %씩 길게 관측된다. 소위 적색편이라는 현상이다. 이와 함께 은하와 은하 사이의 거리를 표현하는 ‘척도인자’ 개념 등을 사용해 인류가 알아낸 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이다. 오차는 수억 년 정도다.

세상 일이 복잡하고 삶이 어려울 때 우주적 연대기 속의 현재 위치를 한번쯤 가늠해 보시라. 우주의 역사는 137억 년 전에 한 점에서 시작됐다. 원제 ‘The Age of Everything(2007)’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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