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동물과 대화하는 사람들

  • Array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시인 조은 씨(50)는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작고 오래된 한옥에서 삽니다. 개 ‘또또’와 함께 지낸 지 올해로 14년째죠.

“같이 지낸 시간이 길다 보니 내 감정을 또또가 잘 알아요. 내가 싫어하는 분위기는 지가 더 싫어하고요. (웃음) 나도 또또가 물을 마시고 싶은지, 밥을 달라는 건지, 밥 중에서도 어떤 종류를 먹고 싶어 하는지 표정에서 느낄 수 있어요. 또 가져다주면 영락없이 맞아요. 어떻게 그걸 알아 챌 수 있냐고요? 글쎄요… 우리 둘 사이에 공통된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전무(48)는 강아지 네 마리 ‘똘똘이’ ‘뽀야’ ‘휴고’와 ‘환희’의 아빠랍니다. 환희는 거리에서 앞 못 본 채 헤매고 있었는데, 데려와 같이 삽니다. 김 전무는 이 아이들과 80% 정도 교감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섰을 때, 개들이 내 기분을 딱 안다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울 때는 같이 즐거워해주고 울적해하면 마치 위로해주는 듯해요. 나도 강아지들의 표정은 대여섯 가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 오줌 싸고서 미안해하는 표정, 잘못한 거 지적했을 때 눈 안 마주치고 피하는 모습…. 아, 우리 똘똘이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좋아하는데, 제가 아내에게 가까이 가기만 해도 질투를 한단 말이죠, 녀석.”

홍보대행사 피알원 미디컴에서 일하는 김가혜 대리(30)와 이슬기 씨(26)는 각각 강아지 ‘치치’, 고양이 ‘하루’와 삽니다. 김 대리는 치치가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 한 발을 창턱에 걸쳐 놓은 채 창밖 풍경을 응시할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하루가 등을 쓰다듬는 엄마의 손을 갑자기 문 뒤 자책하는 듯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던 날을 떠올렸지요.

수필가 김연희 씨(61)는 최근 설거지를 하면서 ‘얼른 끝내고 강아지를 목욕 시켜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부엌일을 끝낸 뒤 거실로 나왔더니 강아지가 소파 밑에 숨어있더랍니다. 마치 목욕하는 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죠.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주변의 평범한 이들 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안다, 동물도 기분과 요구에 따라 표정이 다르다는 겁니다. 배고프고 아프고 자고 싶다는 본능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과 흡사한 다양한 감정, 슬픔 기쁨 분노 아쉬움 두려움 등이 동물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반려동물과 ‘동거’하는 이들은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훈련을 받는다면 반려동물과 더 밀접하게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 오가는 ‘말없는 대화’에 귀 기울여볼까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