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북공정 거셀수록 고조선에 관심을”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100년 연구史 펴낸 서영수 교수

“중국의 동북공정은 구체화되고 있는데 우리는 더 무관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근 ‘고조선사연구 100년-고조선사 연구의 현황과 쟁점’을 다른 연구자 7명과 함께 펴낸 서영수 고조선사연구회장(단국대 교수·역사학·사진)은 19일 “고조선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지난 100년간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북한 러시아 등에서 진행된 고조선사 연구를 정리해 한 권에 담았다. 고고학적 발굴 현장이 중국과 북한에 있어 연구에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고조선사 연구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구체화하고 있는 움직임도 자극이 됐다.

서 교수는 “중국이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하던 동북공정은 2007년에 끝내고, 지금은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역사현장을 ‘복구’하면서 왜곡을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 하면서 고구려의 뿌리인 고조선사까지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중국의 유적지를 중심으로 한 역사왜곡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선양(瀋陽)에 있는 랴오닝(遼寧) 성 박물관은 요하문명전을 몇 년째 개최 중인데 요하 일대의 우리 민족과 관련된 비파형동검 문화까지 모두 중국 고대 신화의 영웅인 ‘황제’족의 문화라고 윤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옌볜조선족 자치주 왕칭(汪淸) 현 삼림공원의 한 봉우리를 신녀봉으로 삼고 그곳에 ‘백의신녀(白衣神女)’라는 이름의 거대한 웅녀상을 짓고는 한국인의 조상이 아니라 중국소수민족(조선족)의 시조라고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구려 유적지를 중국형으로 개조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지린(吉林) 성 지린 시에 있는 용담산성(龍潭山城)에서는 광개토왕이 물길을 막기 위해 축성했다는 기존 안내판을 떼 내고 ‘중국고구려성’으로만 크게 써 붙였다. 단둥에 있던 고구려 박작성 옛터에다 중국식으로 지은 호산장성(虎山長城)을 쌓아 중국 만리장성이 압록강까지 연장되었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

서 교수는 중국의 고조선사관에 대해 “단군신화 자체를 고대 중국문화의 영향력 아래 만든 것으로 여기며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독자적인 고조선을 인정하지 않고 낙랑군과 같은 식민지 군현에 대한 연구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터키가 몽골에 있는 자국의 유적에 예산을 들여 보호하듯 우리도 중국 동북 3성에 있는 고조선 관련 유적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학술연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에서는 고조선사 전시회와 체험관을 통해 내외국인에게 우리 상고사를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