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92>君薨이어든 百官이 總己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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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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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천자는 선왕이 죽으면 삼 년 동안 상복을 입었다고 한다. 服喪(복상)의 규정도 매우 상세했다. ‘書經(서경)’에 보면 “殷(은)나라 高宗(고종)은 居喪(거상)하여 諒陰(양암)에 삼 년 동안 있으면서 정치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諒陰은 諒闇(양암)으로도 적으며, 천자가 居喪하는 곳을 가리킨다. 혹은 거상 기간이라고 보거나 信默(신묵)함이라고 보기도 한다. 원래 闇은 사당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가리켰던 듯하다.

군주의 복상 기간 동안 정치는 어떻게 했는가? ‘논어’의 ‘憲問(헌문)’에서 子張은 그 점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삼 년 복상의 禮法(예법)은 은나라 고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옛날 사람들은 모두 그 예법을 지켰다”고 일러주고, 군주의 복상 기간에는 총宰가 정무를 보았다고 설명했다.

薨은 諸侯의 죽음을 말한다. 天子의 죽음은 崩(붕)이라 적는다. 百官은 조정에서 政務(정무)를 맡아보는 관리다. 總己는 자신의 직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단속한다는 뜻이다. 總은 본래 실들의 끝을 묶어서 송이 모양의 술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聽은 지휘 받는다는 말이다. 총宰는 大宰, 總理大臣이다. 服喪 三年은 실제로는 25개월이나 27개월에 해당한다.

옛날에는 서민부터 천자까지 모두 3년상을 지켰다. 군주의 복상 기간에는 혹 禍亂(화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총宰가 정무를 통솔하여 정권을 안정시켰다. 그런데 전한 말의 王莽(왕망)은 이 구절을 빌미로 섭정을 하다가 천자의 권력을 빼앗았다. 고전은 특정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기에 그 속의 사실을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전의 글귀를 왜곡한다면 그는 善讀者(선독자)가 아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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