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사람인형 vs 눈꽃송이 vs 한복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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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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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발레 무대에는 ‘호두까기 인형’이 꼭 있다. 서울발레시어터의 예술감독 제임스 전 씨는 “12월의 ‘호두까기 인형’이란 성탄절의 산타클로스처럼 당연한 전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발레단과 극장의 수익을 높이는 ‘돈 버는 공연’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올해도 국내 3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가 3색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 국립발레단에는 ○○○가 있다

정답은 ‘호두까기 아이’. 국립발레단 ‘호두까기…’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이다. ‘호두까기 인형’으로 나무 인형이 아닌 진짜 사람이 나온다. 대부 드로셀마이어가 소녀 마리에게 인형 선물을 주는 장면(1막)과 꿈에서 깬 마리가 인형을 껴안는 장면(2막)에 등장한다. 빨간 모자와 옷, 빨간 입술 분장을 한 이 ‘진짜 사람 인형’은 등장 시간 내내 뻣뻣한 자세로 서있거나 춤을 춘다. 국립발레단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 3명의 여자 어린이를 뽑았다. 선발 기준은 키 130cm를 넘지 않는 아담한 체구일 것. 고개 팔 다리가 따로 노는 고난도 동작에 무릎을 구부려 다리를 90도로 꺾는 그랑 플리에(grand plie)는 성인들도 오래 하면 힘들다. 정진아 전임 교사는 “동작을 숙지할 수 있는 이해력과 한 동작을 오래 버틸 수 있는 인내심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18∼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8만 원. 02-580-1300

○ 유니버설발레단에는 ○○○가 있다

정답은 ‘50kg 분량의 흰 눈’.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버전으로 선보이는 ‘호두까기…’는 아기자기한 무대와 안무가 특징이다. 하이라이트는 꿈속에서 공주로 변한 클라라와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이 눈의 나라로 떠나는 1막 마지막 장면. 허공에서 내리는 하얀 눈과 흰 의상을 입은 발레리나 26명의 ‘눈꽃송이 군무’가 장관이다. 6분 53초가량 내리는 눈은 가로 2cm, 세로 2cm 크기로 분량은 두 포대(50kg) 정도 된다. 무용수들이 미끄러지지 않고 조명에 반사되지 않도록 습자지로 제작했다. 눈이 다 내리고 막이 내려가면 2막이 시작되기까지 20분간 제작진 10여 명이 눈을 치운다. 12월 22∼31일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1만∼10만 원. 1544-1555

○ 서울발레시어터에는 ○○○가 있다

정답은 ‘한복 입은 마더 진저(Mother Ginger)’. 마더 진저는 2막 ‘사탕나라’ 장면에 나오는 어머니 캐릭터다. 국립발레단의 공연에는 마더 진저가 등장하지 않고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에는 꽃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다. 서울발레시어터 공연에는 붉은색 대형 한복을 입고 나온다. 신장 3m에 거인 같은 마더 진저의 치마폭 사이로 상모를 쓴 아이 1명, 장구춤을 추는 여자 1명을 포함해 12명이 등장하며 춤을 춘다. 마더 진저 역을 맡는 사람은 보통 남자 무용수인데 바퀴 달린 목발 위에 올라가 연기를 한다. 치마 안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바퀴 달린 목발을 밀며 마더 진저의 이동을 돕는다. 차이콥스키 음악에 한국 전통 춤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마더 진저의 거인 같은 풍모에 아이들이 겁을 먹기도 한다고. 12월 11, 12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1만5000∼5만 원. 02-3442-2637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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