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19세기 다문화인의 예술혼 ‘말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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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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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50돌-서거 100돌 맞아
2010, 2011년 세계적 재조명


베토벤 브람스로 이어지는 교향곡 전통에 민속 선율과 같은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해 교향악의 영역을 확장한 구스타프 말러. 그의 탄생 150주년과 서거 100주기를 기리는 연주와 행사가 2010년, 2011년 이어진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베토벤 브람스로 이어지는 교향곡 전통에 민속 선율과 같은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해 교향악의 영역을 확장한 구스타프 말러. 그의 탄생 150주년과 서거 100주기를 기리는 연주와 행사가 2010년, 2011년 이어진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교향곡에 독일-체코-유대문화 흡수… 서울-부산-대전시향 전곡연주 릴레이… 네덜란드-체코 등 기념행사 줄줄이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생전에 했던 말이다. 오늘날 그의 음악은 연주회장에서 베토벤의 교향악과 맞먹는 위상에 올랐다.

여기에는 행운도 작용했다. 1960년 탄생 100주년, 이듬해 서거 50주기가 이어지면서 그의 음악은 재조명을 받았다. 지휘자 드미트리 미트로풀로스가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말러의 교향곡을 소개했고 레너드 번스타인은 말러의 교향곡 9곡을 차례로 녹음하기 시작했다. 전후의 풍요 속에 방황하던 젊은 세대가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1960년대가 ‘말러 재발견의 10년’으로 기록된 것이다.

그리고 반세기, 2010년 말러 탄생 150주년과 2011년 서거 100주기가 이어진다. 국내외에서 그를 기념하는 전곡 연주와 기념행사가 마련된다.

○ 서울 부산 대전시향 말러 대장정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최근 공개한 2010년 일정에서 2년 동안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계획을 밝혔다. 내년에는 8월 26일 교향곡 2번 ‘부활’을 시작으로 1번 3번을 12월까지 예술감독 정명훈 지휘로 연주하고 10월 7일에는 제임스 드프리스트 지휘로 교향곡 10번을 연주한다. 미완성 작품인 교향곡 10번은 내년에 음악학자 데릭 쿠크가 이 작품의 연주용 악보를 복원 완성한지 50년이 된다. 2월 4일에는 ‘교향곡적 가곡’인 ‘대지의 노래’를 성시연 지휘로 연주한다.

중국인 수석지휘자 리신차오가 이끄는 부산시향도 창단 50주년을 맞는 2012년까지 3년 동안 말러 전곡 연주회를 연다. 내년에는 4월 교향곡 5번을 시작으로 6, 2번을 연주한다. 9월 장윤성 상임지휘자가 취임한 대전시향도 2월 26일 1번을 시작으로 교향곡 2, 5, 8번을 연주한 뒤 2012년까지 말러 열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 출생지 체코도 기념열기

해외에서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의 말러 전곡 연주 계획이 두드러진다. 이 악단은 말러 사후 1920, 30년대 그의 음악 연주 전통을 잇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9월 30일 1번 교향곡을 시작으로 2011년 6월까지 음악 감독 마리스 얀손스와 이반 피셔, 다니엘레 가티 등 정상급 지휘자들이 전곡 릴레이를 펼친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리신차오 부산시향 수석지휘자, 장윤성 대전시향 상임지휘자.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리신차오 부산시향 수석지휘자, 장윤성 대전시향 상임지휘자.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말러가 탄생한 체코도 대대적으로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말러는 독일계 유대인이었지만 체코 땅에서 태어났다. 탄생 150주년 기념일인 내년 7월 7일에는 프라하 시청 음악당에서 교향곡 2번 ‘부활’을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사망 100주기 기념일인 2011년 5월 18일에는 체코 필과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이 (지휘자 미정) 프라하 성 비투스 대성당에서 교향곡 8번 ‘천인(千人)의 교향곡’을 연주한다. 말러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질라바 마을에서는 탄생 150주년 기념일에 말러 동상 제막식이 열린다.

○ 왜 오늘날 말러?

50년 전 세계가 말러에 눈을 뜬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하이파이 음향기기가 등장해 대편성 교향악곡을 고품질로 집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서구 사회는 유례없는 풍요 속에 큰 정신적 공허를 느꼈고 생의 의미를 갈구했다. 히피와 68혁명, 헤르만 헤세와 루이제 린저 열풍, 반전음악 바람이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인생을 거대한 도전이자 투쟁으로 보며 “교향곡은 세계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던 말러의 교향곡은 당시의 시대정신에 걸맞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에도 말러가 들어맞을까. 음악 칼럼니스트 김문경 씨(‘구스타프 말러’ 전 3권 저자)는 “말러는 군악대나 거리 상인의 연주 같은 일상을 중시했고, 독일 체코 유대 문화를 흡수한 ‘다문화인’이었다는 점에서 21세기 다양성의 시대에 걸맞다”며 “베토벤이나 브람스를 거치지 않고 말러로 교향곡에 입문하는 음악 팬이 많아졌다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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