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국영화 ‘오싹’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로맨틱코미디-가족물 많은 예년과 달리 스릴러-살인소재 주류

올겨울 한국영화에 싸늘한 바람이 분다. 등골 주뼛한 스릴러영화가 줄지어 개봉을 기다리는 반면 매년 성탄 특수를 노렸던 훈훈한 코미디나 가족영화는 자취를 감췄다.

○ 날씨 추운데 ‘따뜻한’ 영화 실종

11∼12월 상영 중이거나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는 15편 남짓.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19일 개봉) ‘홍길동의 후예’ ‘바람’(26일) ‘시크릿’ ‘비상’(12월 3일) ‘전우치’(12월 23일) ‘용서는 없다’(12월 31일) 등이다. 성장영화나 판타지 액션도 있지만 장르로 구분하면 스릴러가 가장 많다.

멜로영화인 ‘백야행’은 14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부부가 등장하는 ‘시크릿’도 강력반 형사가 살해 현장에서 부인의 흔적을 발견한다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용서는 없다’는 딸의 목숨을 구하려 시체에 남겨진 단서를 찾아야 하는 부검의와 연쇄 살인범의 대결을 그렸다.

추운 날씨에도 이처럼 ‘오싹한’ 영화가 줄을 잇는 것과 대조적으로, 매년 성탄 특수를 노렸던 훈훈한 코미디나 가족영화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의 경우 로맨틱코미디였던 ‘과속스캔들’ ‘순정만화’ ‘달콤한 거짓말’ ‘로맨틱 아일랜드’ 등이 성탄절을 전후해 개봉했다. 다른 해도 ‘작업의 정석’(2005)을 비롯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미녀는 괴로워’ ‘올드미스다이어리 극장판’ ‘조폭마누라3’(2006년), ‘열한 번째 엄마’ ‘색즉시공 시즌2’ ‘내 사랑’ ‘용의주도 미스 신’(2007년) 등이 가족과 연인 관객을 겨냥한 가족·로맨틱코미디 영화였다.

이런 영화들은 겨냥하는 관객층이 분명하기 때문에 흥행성적도 뚜렷했다. 대박을 친 ‘과속스캔들’(828만 명)과 ‘미녀는 괴로워’(624만 명)가 나왔고 할리우드 대작 틈새에서 개봉했던 ‘작업의 정석’도 188만 명을 모으며 선방했다. 올해는 이와 대조적으로 스물아홉 여자 주인공과 남자 동료의 여자들이 벌이는 코미디 ‘걸프렌즈’(12월 23일 예정)와 실제 여배우들이 크리스마스이브에 화보 촬영장에 모인다는 설정의 영화 ‘여배우들’(12월 10일)만이 12월 개봉을 확정지었을 뿐이다.


○ “기획성 영화, 작가군마저 얇아져”

예년의 경우 ‘시즌 기획영화’로 분류되는 가족·로맨틱코미디 영화들은 감독이나 배우의 지명도에 앞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승패를 갈라 왔다. 대부분 촬영하는 데 3∼4개월밖에 안 걸리고 예산도 적게 드는 ‘경량급’ 영화지만 몇 년 새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재탕된 결과 투자를 받는 데 더 까다로워졌다고 영화계는 분석한다.

‘과속스캔들’의 이한나 프로듀서는 “최근 한국영화의 투자가 움츠러들면서 흥행 감독이나 톱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들이 우선 투자를 받기 마련”이라며 “이 때문에 다른 장르보다 기획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즌 기획영화들은 좋은 아이템을 찾아도 투자를 받기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올해 추석 연휴를 노린 코미디영화가 급감했던 것도 이와 같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혜연 디씨지플러스 한국영화투자팀 팀장은 “한국영화의 돈줄이 마르다 보니 일명 ‘소품영화’ ‘기획영화’들은 작가군마저 많이 얇아지는 모습”이라며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 위주로 제작투자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일찌감치 연말 개봉을 예약한 것도 시즌 기획영화들의 후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황문수 롯데시네마 한국영화팀 팀장은 “‘아바타’ ‘셜록홈즈’ 같은 할리우드 대작을 피해 대부분의 영화배급사들이 개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제작 중인 ‘식객2’ ‘육혈포 강도단’ ‘마음이2’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웨딩드레스’ 등 가족·로맨틱코미디는 연말 개봉을 포기하고 내년 초 영화 팬들 앞에 나타날 예정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