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사뿐… 험한 꿈길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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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7시 00분


□ 새들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문경새재 즐기기
선비들 ‘장원급제’ 꿈 안고 넘던 험한 과거길
도립공원 산책로 단장…조령원터엔 옛 정취
‘물길 같은 철길’ 달리는 철도 자전거도 재미

경북 문경에는 반드시 봐야할 게 있다. 문경새재다.

조선시대 영남과 한양을 잇는 길로 경제와 국방의 요충지 역할을 한 문경새재의 이름에는 ‘새도 날아서 힘든 고개’라는 뜻이 들어 있다. 그만큼 산세가 험하고 길이 좁다.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에게 문경새재는 시험 전 반드시 넘어야 하는 도전 대상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험한 산세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서도 멀리 돌아와 이 고개를 택한 선비가 많았다. 이 길을 지나간 장원급제한 사람이 많아서란다.

문경새재 도립공원(054-571-0709)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 힘이 들지는 않다. 관광객들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거의 평지에 가까운 산책로를 조성해서다. 제1관문(주흘관)부터 제2관문(조곡관)을 거쳐 제3관문(조령관)까지의 거리는 약 6.5km. 왕복 13km의 거리로 천천히 걸으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힘든 코스를 원하면 등산로를 택하면 된다.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11월의 바람이 시리면서도 상쾌하다. 한 번 크게 숨을 들이킨다. 자연의 살아 숨쉬는 바람이 코로 들어와 폐까지 내려가는 느낌이다. 자연은 시각적인 편안함도 안겨 준다. 알몸을 드러낸 나무 가지와 울긋불긋 마지막 빛을 발하는 단풍이 만드는 조화가 일품이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은 또 어떤가. 바닥의 돌멩이가 또렷하게 보이는 그림 또한 가히 최고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반드시 봐야 한다.

‘대조영’, ‘대왕세종’ 등 굵직굵직한 사극을 촬영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이 왼쪽에 나타난다. 광화문에서 현재 광화문 사거리까지를 재현한 ‘육조 거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육조 거리는 육조(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가 광화문 앞 좌우에 위치한 정치의 심장부로 한양 제일의 길로 여겨졌다. 문득 현재의 광화문 사거리 모습이 떠올라 세월의 간극이 느껴진다.

산책로에서 인기 있는 장소는 조령원터와 주막이다. 조령원은 조선시대 출장을 떠난 관리에게 숙박과 편의를 제공한 시설. 건물이 소실된 조령원의 옛터에서 여장을 풀던 관리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주막에서는 장원급제의 꿈을 품고 이 곳을 지나던 선비와 무거운 짐을 진 상인 등이 여독을 풀기 위해 마시던 막걸리 한 잔의 냄새가 느껴지는 듯 하다.

문경에 놀러 오면 문경철로자전거 타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진남역(054-553-8300)이나 불정역(054-552-2356)으로 가면 폐쇄된 철로에 부착된 철로자전거를 최대 4인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다. 진남 코스는 섬에 물이 돌아나가는 것처럼 만들어졌고, 불정 코스는 옛 광업소 자리에 위치해 탄광의 터널을 느낄 수 있도록 돼 있다.

철로자전거는 불정역에 35대, 진남역에 40대가 있는데 주말에는 2000여명이 타고 갈 정도로 많이 몰린다. 평일과 달리 주말에는 예약을 받지 않아 오전에 와서 표를 끊고 다른 곳을 구경하다 오후에 시간 맞춰 와서 타는 사람이 많다. 코스 길이는 왕복 4km로 대략 40분 걸린다. 철로 자전거 1대 가격은 450만원.

불정역에는 폐열차의 실내를 리노베이션해 숙박이 가능하도록 만든 열차 펜션이 인기다. 좋거나 편리한 펜션은 아니지만 기차에서 하루 밤을 잘 수 있다는 이색 체험 때문에 주말에는 방이 없을 정도다.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 단연 맛있는 음식이다. 문경은 약돌돼지가 유명하다. 게르마늄과 셀레늄을 함유한 약돌을 갈아 사료로 먹인 약돌돼지는 돼지 특유의 냄새가 없고 육질이 쫄깃쫄깃해 가격도 일반 돼지보다 6% 가량 비싸다. 문경새재 앞에는 새재할매집, 새재초곡관, 탄광촌 등 약돌돼지를 파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문경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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