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典’…50년 현암사 첫 출간 법령집 초판 간행 땐 3년 걸려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백성은 법을 믿고 산다! … 법을 믿고 또 법에 의지해서 살고 있는 법치국가의 국민으로서 손쉽게, 그리고 온전한 법전을 가질 수 있었느냐에는 한 가닥의 불만이 없지 않았다.”(초판 ‘법전’ 창간사 중에서)

한국 최초의 법령집 ‘법전’(현암사)이 올해로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그 전까지 법령집을 가리키는 단어는 일본의 ‘육법전서’밖에 없었다. 지금은 국어사전에 ‘법전’이 올라 있다. ‘법전’이 법전이라는 단어를 만든 셈이다.

1959년 처음 나온 ‘법전’은 매년 개정판을 내 올해까지 51판을 찍었다. 1999년과 2000년 책을 나눠 낸 적이 있어 총 권수는 54권.

1957년 현암사에 입사해 10여 년간 ‘법전’ 편집자로 일했던 정철진 종이나라 고문(71)은 “초판 출간 당시 회사에 조판작업을 할 만한 사람은 토목과 출신인 나밖에 없었다”며 “직접 손으로 줄을 그어가며 작업하느라 하루 작업량이 1, 2쪽에 불과해 조판을 마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법전’ 한쪽에 들어가는 글자 수는 보통 책의 3배에 달했다.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이라 얇은 종이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이렇게 나온 최초의 ‘법전’은 가로 12cm, 세로 15cm 크기에 1000여 쪽 분량이었다.

정확도를 위해 관보와 하나하나 대조하며 1차 교정을 본 뒤 법제처로 보내 2차 교정을 받았다. 초판 ‘법전’은 발매 하루 만에 품절돼 정가 5000환짜리 책이 6000환에 거래되기도 했다. 정 씨는 “다른 출판사에서도 법령집을 많이 펴냈지만 독자들에게 정확도를 인정받았던 ‘법전’만이 50년간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전’이 50년을 이어온 데는 사용자 중심의 편집도 한몫을 했다. 첫 ‘법전’에서는 편집자가 각 조문에 제목을 붙였다. 당시 일본 법령집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편집 방식이었다. 법전마다 ‘참조조문’을 넣고 ‘단어로 조문 찾기’ ‘사례별 조문 찾기’ 등 색인을 두는 편집방식은 편집저작권 제471호로 등록돼 있다. 어려운 일본식 법률용어를 순화하기 위해 1987년에는 ‘순화용어편람’이 나와 ‘법전’의 부록으로 배포되기도 했다.

현암사는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19∼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2층에서 ‘법전 전시회’를 연다. 초판 ‘법전’부터 2009년판 ‘법전’까지 모두 전시한다. 조미현 현암사 대표는 “다양한 시도로 디지털 시대에 맞는 ‘법전’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