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恨을 승화시킨 아리랑… 재즈처럼 세계인 마음 흔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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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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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세계화’ 심포지엄 참석
클로테르 라파유 박사 인터뷰
한국의 문화코드 찾으려면
아리랑 더 철저히 연구해야


10일 서울 서초구 L타워에서 아리랑의 세계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컬처 코드’의 저자 클로테르 라파유 씨. 그는 “아리랑에는 양과 음, 사랑과 미움 등 대립적인 요소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김재명 기자
10일 서울 서초구 L타워에서 아리랑의 세계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컬처 코드’의 저자 클로테르 라파유 씨. 그는 “아리랑에는 양과 음, 사랑과 미움 등 대립적인 요소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김재명 기자
“아리랑에서 한국인들이 고난과 역경에 대처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세계는 한국이 힘들었던 역사를 극복하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알고 싶어 하죠. 아리랑에 그 답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번역됐던 ‘컬처 코드’의 저자인 클로테르 라파유 세계원형발견(Archetype Discoveries Worldwide) 연구소 회장(69). 그는 10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아리랑 세계화 심포지엄’에 참석해 ‘아리랑을 활용한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라파유 회장은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문화인류학을 활용한 마케팅 방안을 세계 곳곳에서 조언해 주고 있다.

기조 강연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L타워에서 만난 라파유 회장은 이정면 미국 유타대 교수의 ‘아리랑: 한국의 노래’ 영문판을 들고 있었다. 그는 아리랑의 세계화가 가능하냐고 묻자 곧바로 “그렇다”고 명쾌하게 답했다.

“문화와 언어가 사라져가는 시대입니다. 세계화로 자신의 문화와 언어가 일반화될까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죠. 힘든 역사를 겪으면서도 전통을 잃지 않은 한국의 불사조 같은 정신은 분명 전 세계와 공명(共鳴)할 수 있습니다.”

미국 유타대의 이정면 명예교수가 올해 9월 영문으로 출간한 ‘Arirang’.
미국 유타대의 이정면 명예교수가 올해 9월 영문으로 출간한 ‘Arirang’.
라파유 회장은 아리랑이 고통받았던 민중의 음악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뉴올리언스의 재즈는 흑인 노예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었다”며 “아리랑 속에도 슬픔과 그 슬픔을 승화시키는 한국인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그의 책 ‘컬처 코드’는 각 문화권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잠재돼 있는 코드를 찾아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라파유 회장은 아리랑의 코드로 ‘음과 양’ ‘슬픔과 기쁨’ ‘사랑과 미움’ 같은 대립적 요소들이 함께 등장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서로 대립되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이야기하는 문화는 드물다”며 “태극기에서 음양의 조화를 형상화했듯 한국인은 이 같은 삶 속의 긴장을 다루는 데 독특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라파유 회장이 제시하는 아리랑 세계화의 첫 번째 방안은 바로 아리랑 학교나 아리랑 대학 등 아리랑을 보급하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떤 기업이든 그 기업이 탄생한 문화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풍요와 넓음, 일본은 품질, 프랑스는 고급스러움을 자신들의 문화코드로 만들어 상징적 가치를 창출했죠. 문화코드 없는 상품은 텅 비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문화코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아리랑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아리랑의 세계화’ 이래서 가능하다

보편성
다양한 사람 화합시키는 코드

개방성
쉽게 부를 수 있는 ‘열린 구조’

한국성
전통문화-역사까지 담겨 있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국제인재개발센터 주관으로 10일 열린 ‘아리랑 세계화 심포지엄’에선 이정면 미국 유타대 명예교수, 키스 하워드 호주 시드니대 부학장, 재즈보컬리스트 잉거 마리 씨가 주제발표를 했다. 이들은 아리랑이 세계화될 수 있는 주된 특징으로 보편성, 개방성, 한국성을 꼽았다.

○ 아리랑 속의 보편성

이 교수는 발표문 ‘아리랑: 화합의 코드’에서 “한국 역사 속의 아리랑은 다양한 사람을 화합시키는 효과적인 문화적 상징”이라고 말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2002년 한일 월드컵, 2008년 2월 평양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거치며 아리랑이 화합과 평화 등 보편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마리 씨 역시 “아리랑은 치유의 음악”이라고 말했다.

○ 아리랑 속의 개방성

하워드 교수는 ‘아리랑: 열정의 코드’에서 “‘아리랑’의 멜로디는 5음계이기 때문에 쉽게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다”고 평했다. 특히 서울 경기지역의 본조아리랑은 4분의 3박자로 외국인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이미 1950년대 6·25전쟁을 거치며 오스카 페티퍼드, 엘리 윌리엄스, 피터 시거 등 해외 뮤지션이 아리랑을 부른 적이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토론에 참여했던 김기현 경북대 교수는 “선창과 후창,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 등 아리랑은 세계 민요에서 보기 드문 열린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아리랑 속의 한국성

아리랑의 가사는 5000여 소절에 이른다. 이 안에는 한국의 전통문화는 물론이고 한국의 역사까지 담겨 있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그동안 국악으로서의 아리랑만 강조하다 보니 정작 아리랑이 한국의 노래인지,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아리랑을 그릇으로 생각하고 그 속에 담긴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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