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57>愛之란 能勿勞乎아 忠焉이란 能勿誨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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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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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의 蘇軾(소식)은 ‘사랑하기만 하고 수고롭게 하지 않는다면 금수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생각한다면서 가르쳐 인도하지 않는다면 군주 가까이의 부인이나 환관이 충심을 보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하여 그를 수고롭게 만들 줄 안다면 그 사랑은 깊다. 진정으로 생각하면서 그를 깨우쳐줄 줄 안다면 그 충심은 크다’고 했다. 이 논리는 ‘논어’ ‘憲問(헌문)’에서 공자가 한 위의 말씀에 근거를 두었다.

能勿勞乎는 수고롭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뜻의 反語(반어)이다. 勞를 위로하다의 뜻으로 보기도 하지만 따르지 않는다. 忠焉은 앞의 愛之와 對句(대구)다. 能勿誨乎는 깨우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뜻으로, 역시 反語다. 誨는 敎誨(교회)이다.

‘서경’의 ‘無逸(무일)’편은 周公(주공)이 조카이자 군주인 成王(성왕)에게 安逸(안일)에 빠지지 말라고 경계한 내용이다. “군자는 無逸을 처소로 삼아야 한다. 먼저 농사짓는 노동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의 고통을 알게 된다. 그런데 오늘날의 사람들을 보면 부모는 힘써 일하고 농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농사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고는 편안함만 취하고 함부로 지껄이며 방탕하고 무례하다.” 조선 후기의 崔漢綺(최한기)는 帝王(제왕)에게 畏天(외천), 愛民(애민), 修身(수신), 講學(강학), 任賢(임현), 納諫(납간), 薄斂(박렴), 省刑(생형), 去奢(거사), 無逸의 열 가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無逸이 그 속에 들어 있다.

최근 많은 청소년이 참 노동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듯하다. 그들을 사랑한다면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권유해서 수고롭게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깨우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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