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피로'에 빠진 한국의 맞벌이 부부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8일 14시 20분


"가족을 총동원해 육아와 가사, 노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통에 한국사회는 '가족피로(family fatigue)'에 빠져있다."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을 '풀가동'하는 가족 총동원 체제로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시근로자가구 중 홑벌이 가구는 1998년 53%에서 지난해에는 41%로 줄어든 반면 맞벌이 가구는 26%에서 32%로 증가했다. 부부 둘 다 일해 가구소득을 늘일 수밖에 없는데 보육이나 노인 문제는 여전히 '가족끼리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장 교수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없고 가족에게만 맡길 경우 아예 아이를 낳지 않거나 부모 부양을 포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2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하고 여의도연구소가 후원하는 '맞벌이가구 지원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토론회에서 최은영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따뜻한 현대 모형'을 제시한다. 따뜻한 현대 모형이란 사회가 아동과 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일부 제공해주고, 가족 내 남녀가 동등하게 역할을 분담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형을 말한다. 전업주부가 가정의 모든 것을 도맡아 하던 '전통적 모형'이나 주부가 밖에서 일도 하고 퇴근 후 가족도 돌보는 '후기-현대적 모형'으로는 맞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3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맞벌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돌보미 서비스나 보육료 지원 등을 통해 맞벌이 부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지현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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