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결혼? 남자가 여자에게 씌운 굴레의 역사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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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수잔 스콰이어 지음·박수연 옮김/336쪽·1만5000원·뿌리와이파리

“당신은 이 남자를 합법적인 남편으로 맞아하겠습니까?”

결혼식 주례가 이렇게 물을 때 “네(I do)” 대신 “아니요(I don't)”라고 답한다면?

결혼 20년차의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는 창세기부터 16세기 종교개혁까지 서양 결혼제도의 역사를 살핀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결혼은 여성의 성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한 남자들이 여성에게 씌운 굴레라고 분석했다.

구약성서의 첫 권인 창세기부터 여성의 질곡은 시작된다. 2장 25절에는 ‘그의 아내’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전에는 없던 남자가 여자를 소유한다는 개념이 나오는 것이다.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아담에게 건네주는 3장 6절은 남편의 잘못을 아내에게 돌리고 있다.

기원전 500∼300년 무렵 아테네 남성은 부인을 별당에 가둬놓고 1년에 한두 번 있는 축제나 가족 장례식에만 외출을 허용했다. 남편들은 정부 외에 소년도 옆에 두고 성욕을 해결했지만 아내는 자식 낳는 일에 충실했다.

모든 성적 행위를 죄악으로 여겼던 중세에 음란한 여성은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심지어 응급처치를 위해 남편의 피를 빤 아내는 40일간 빵과 물만으로 연명해야했다. 반면 14세기 영국의 시인 제프리 초서가 지은 ‘캔터베리 이야기’에는 음탕한 성직자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저자는 결혼과 사랑이 비로소 만나게 된 계기를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에서 찾는다. 루터는 자신이 수녀원에서 탈출시킨 수녀 카타리나 폰 보라와 결혼해 여섯 명의 아이를 낳았다. 그는 “결혼생활에서 사랑이 꽃피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내린 가장 큰 축복”이라는 말을 남겼다. 저자는 “이때부터 사람들이 진심이야 어떻든 ‘사랑은 결혼의 이유’라고 말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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