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담장 위를 걷는 연예인들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8분


전속기간-수익배분 갈등 많아
일부선 수십억대 소송전

대형로펌간 대리전 양상도

■ 소속사와의 잇단 소송분쟁 왜…

《연예계에 소송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법정 공방을 벌이는 연예인만 해도 탤런트 고현정, 권상우 씨를 비롯해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까지 내로라하는 스타급 연예인이 즐비하다.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주먹구구식 ‘한국형 스타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한류(韓流)스타 한 명이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이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과 맞먹을 정도로 연예산업이 발전하면서 연예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속계약을 하나의 근로계약으로 중요하게 여기면서 예전과 달리 법적 소송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들도 법적 분쟁을 ‘권리 찾기’로 생각하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속계약 분쟁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전속계약에서 풀린 송승헌, 소지섭, 정우성, 김래원 씨 등 톱스타들이 특정 소속사에 속하지 않고 ‘나홀로 회사’를 차려 독립하고 있다. 일부 정상급 연예인은 정기적으로 합의 내용을 갱신하는 계약 형태도 취하고 있다.

법원은 크게 3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전속계약이 유효한지를 따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는 ‘계약기간’. 계약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자유로운 활동을 봉쇄하고 고용을 강제하는 역효과를 낸다면 계약 해지가 타당하다는 취지다. 통상 해외 대형 기획사의 전속기간은 7년이다. 이를 기초로 원더걸스가 속한 JYP엔터테인먼트는 평균 전속계약 기간을 7년, 빅뱅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6년 정도로 정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등에 대해 13년의 전속계약을 맺어 이른바 ‘노예계약’ 시비에 휘말려 있다. 이에 대해 SM 측은 “연습생 시절 평균 4, 5년 동안 집중 투자하는 국내 기획사의 현실을 무시한 지적”이라고 반박한다.

법원의 두 번째 판단 기준은 ‘수입금 배분의 형평성’이다. 통상 연예인은 다른 직종에 비해 단기간에 수입 규모나 수입원이 크게 달라진다. 최초 계약에 의해 수입금 배분이 현저하게 공정성을 잃으면 민법 103, 104조 등에 근거해 ‘사정 변경에 의한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세 번째 기준은 ‘위약금 규정의 공정성’이다. 법원은 위약금 규정이 연예인과 소속사 양측 모두에 적용되고, 위약금 액수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도라면 위약금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순 없다고 판단한다. 법원은 최근 방송인 붐의 소속사가 계약 위반 위약금을 투자금의 3배로 책정한 조항에 대해 “위약금 조항이 양측 모두에게 적용되고 있고, 3배 규정도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연예인 소송 분야 법률시장도 커지면서 대형 로펌 간에 소송 대리전도 뜨겁다. 이전에는 소송가액이 수천만 원에 그쳤으나 해외에 진출하는 한류스타들의 등장으로 수십억 원의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5년 동안 약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동방신기 사건의 경우 이번 소송에 국내 5대 로펌인 태평양(SM 측)과 세종(멤버 3명 측)이 맞붙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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