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12>曾子曰, 君子는 以文會友하고…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논어 ‘顔淵(안연)’편의 마지막에 놓인 이 章은, 曾子의 말을 통해서 평소 孔門(공문)에서 交友(교우)의 도리에 대해 가르친 내용을 명료하게 전해준다. 증자의 말은, 벗은 나의 타자가 아니라 나와 대등한 인격체로서 나와 교통하는 존재이며, 벗과 사귀는 일은 내 인격을 완성해 나가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강조한다.

君子는 주체적 인격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위와 아래의 以는 모두 수단이나 방법을 나타낸다. 文은 詩書(시서)와 禮樂(예악)을 가리키는데 학문과 문예, 지식과 교양을 포괄한다. 會友는 벗을 모은다는 말이다. 주자는 講學(강학)하여 벗을 모으면 道가 더욱 밝아진다고 했다. 정약용은 文이 아니면 벗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以文會友라 한 것이지 文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輔는 본래 수레가 전복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보조기구로 輔仁은 내 仁德을 援助(원조)하는 것을 말한다. 以友輔仁에 대해 주자는 상대방의 善을 취하여 내 仁의 완성에 도움이 되게 하면 나의 德이 나날이 나아간다고 했다.

유학에서는 사람의 기본 윤리로 君臣(군신), 父子(부자), 夫婦(부부), 兄弟(형제), 朋友(붕우)의 다섯 조목을 말한다. 고려 말의 李穀(이곡)은 이 五倫(오륜)의 次序(차서)로 보면 붕우가 다른 네 관계에 비해 뒤처지는 것 같지만 실제 쓰임에서는 붕우가 다른 넷에 앞선다고 했다. 責善(책선)을 하고 輔仁을 하여 인륜을 아름답게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은 모두 붕우의 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정의 관념은 명나라에서는 그 말기에, 조선시대에는 18세기에 크게 부각된 바 있다. 인간과 인간의 진정한 만남이 어려워진 지금, 벗 사귀는 도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더욱 필요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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