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꽃보다 아름다워’- Opus5의 멘델스존이 떴다!

  • 입력 2009년 6월 24일 18시 19분


Opus5는 썩 괜찮은 그룹이다.

요즘 ‘꽃미남 실내악 프로젝트’ 디토가 한창 뜨고 있지만, Opus5를 이들에 견주는 일은 서로에게 달갑지 않을지 모른다. 마치 어느 두 사람에게 “너희 둘은 많이 닮았어”라고 해 봐야 좋은 소리 듣기 힘든 것과 같다.

Opus5는 디토와 같은 ‘꽃미남’ 계열은 아니다. 다만 음악이 뛰어날 뿐이다.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사실은 음악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속삭이는 듯한 음악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멤버들이 녹록치 않다. 서울시향의 악장 데니스 김(바이올린), 역시 서울시향의 수석 연주자 홍웨이 황(비올라), 한국예술종합대학 박상민 교수(첼로) 등이 Opus5의 라인업들이다. 유일한 홍일점으로는 화음쳄버의 배상은(바이올린)이 있고, 멤버들의 중심에는 국민대 윤철희 교수(피아노)가 놓여 있다.

Opus5는 2007년 창단 이래 나름대로 학구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그 중에서도 실내악의 레퍼토리 개발이란 측면에서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쇼팽 등의 피아노 협주곡을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한 것은 눈여겨볼 만 하다.

올해 Opus5는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을 맞아 ‘멘델스존이 떴다’라는 부제로 두 차례의 멘델스존 시리즈를 연주했다. 이번 6월 30일 호암아트홀 무대에 올릴 레퍼토리 역시 멘델스존이다.

멘델스존이 남긴 48곡의 ‘무언가’는 말 그대로 ‘말이 없는 노래’다. 멘델스존 특유의 서정이 물씬 묻어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쩐지 동 시대 남성들 사이에서 ‘작업용’으로 꽤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엉뚱한 생각이 든다. 지그시 허공을 향해 눈을 감은 채 피아노 앞에 앉아 멘델스존의 무언가 한 토막을 연주하고 있는 남성은 여성의 시각에서 꽤 근사해 보일 것이다.

“멘델스존은 과일 바구니 같아요. 음악이 각기 다른 맛의 과일처럼 다른 색깔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Opus5에 맞춰 멘델스존의 가곡을 부르기로 돼 있는 소프라노 문혜원의 말이다. 요즘으로 치면 당대 사교계의 ‘엄친아’였던 멘델스존의 음악은 감성적이고, 따뜻하고, 밝다. Opus5의 리더인 윤철희 교수는 멘델스존의 슬픔을 ‘달콤한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슬픔을 더 없이 슬프게 작곡할 수 있는 작곡가는 많지만, 애수조차 달콤하게 그려낼 수 있는 인물은 음악사를 통틀어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멘델스존의 현악4중주 2번도 프로그램에 들어 있다. 당대 세상이 이해하지 못 했던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들에 대한 오마주와 같은 작품이다. 세상이 ‘이해할 수 없고, 고쳐지지 않은 끔찍한 작품’이라고 구역질을 해댈 때 멘델스존은 이 작품들에 매료되고 악보 연구를 거듭했다. 그의 현악4중주 2번에는 베토벤 작품의 일부가 인용되어 있다.

이 곡은 Opus5의 비올리스트 홍웨이 황이 ‘가장 좋아하는 멘델스존의 작품’으로 꼽는다.

사족 하나. 본래 무언가는 피아노 독주곡으로 작곡됐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비올라+피아노’의 편성이다. 두 악기 간 ‘말 없는 대회’를 엿보는 일도 은근히 재미있을 것 같다. 어쩐지 비올라의 무언가는 꽤 무뚝뚝할 것 같지만.

6월 30일 화 8시|호암아트홀|문의 스테이지원 02-780-5054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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