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중 사망’ 350년前 미라 발견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350여 년 전 여성 미라. 미라를 감싼 옷 안에서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뼈가 발견됐다. 미라 왼쪽에 어린아이용 바지가 보인다. 연합뉴스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350여 년 전 여성 미라. 미라를 감싼 옷 안에서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뼈가 발견됐다. 미라 왼쪽에 어린아이용 바지가 보인다. 연합뉴스
경남 하동서 아기 뼈도 나와

350여 년 전인 17세기 중반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미라가 발견됐다.

안동대박물관(관장 임세권)은 8일 “지난달 31일 경남 하동군의 진양 정씨 문중 묘역 중 조선 중기 정3품 무관을 지낸 정희현(1601∼1650)의 두 번째 부인인 온양 정씨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여성 미라를 감싼 염습의(殮襲衣) 안에서 아기의 뼈로 보이는 두개골, 정강이뼈, 갈비뼈 등이 함께 발견됐다”고 밝혔다.

7일 서울대병원 부검실에서 미라를 조사한 신동훈 서울대 의대 교수(체질인류학)는 “정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여성 미라와 함께 발견된 뼈는 어린아이 것이 분명하다”며 “여성이 분만 중에 사망해 그 상태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염습의에서는 어린아이용 바지 한벌도 함께 발견됐다.

지금까지 분만 중 사망한 여성 미라는 2002년 경기 파주시에서 발견된 파평 윤씨 모자(母子) 미라(440여 년 전·16세기 중반)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임신부 미라로 주목받았다. 여성 미라는 머리와 몸 부분은 비교적 온전히 보존돼 있었으며 팔 다리는 연골과 조직이 사라지고 뼈만 남았다. 장기는 비누를 얇게 자른 조각이 뭉쳐 있는 것과 같은 상태다. 여성 미라의 키는 155cm가량이며 흰 머리가 없고 치아의 마모 상태로 볼 때 20, 30대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여성은 남편이 1650년에 사망했고 출산 중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볼 때 1650년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미라를 조사한 김명주 단국대 의대 교수(육안해부학)는 “미라 허리 주변의 치마와 미라 사이의 공간이 차이가 크다”며 “아기가 배속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라를 싼 염습의는 수의로 사용된 장옷과 저고리, 치마, 바지와 이불 등 46점이었으며 미라의 머리에서는 여성들이 머리를 꾸미기 위해 다른 머리를 얹거나 덧붙였던 가체의 흔적도 확인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는 2004년 대전 계룡산 인근에서 발견된 600여 년 전(15세기) 미라로 계룡산 봉우리의 이름을 따 학봉장군 미라로 불린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