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복잡미묘한 현대인의 ‘마음’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도시 심리학/하지현 지음/240쪽·1만2000원·해냄

문자메시지로 ‘내 영역’ 지키고…

폭탄주로 평등-동질성 확인하고…

복잡미묘한 현대인의 ‘마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전화로 직접 얘기하면 될 일을 문자메시지나 인스턴트 메신저로 해결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빨리 달라고 성화를 부리면서도 커피전문점에선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정신과 전문의이면서 건국대 의대 교수인 저자는 심리학의 잣대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을 분석했다.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기만의 영역을 유지하려는 심리 때문으로 해석됐다. 도시에서의 관계는 긴밀하게 엮여 있어 도망갈 곳이 없다. 그에 대한 반발로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욕구가 높아진다. 저자는 “전화나 대면접촉과 달리 상대가 뭔가를 요구하더라도 바로 답변하지 않아도 되는 게 문자와 메신저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폭탄주는 ‘관계 맺기’의 차원에서 설명한다. 일상에서 병적일 정도로 평등을 주장하는 현대인들에게 폭탄주는 매우 평등한 술이다. 평등이 실현되고 나면 ‘우리는 하나’라는 동질성을 추구하게 된다. 개인적 취향이나 차이를 일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모두 한 가지 의제, 즉 ‘폭탄주를 다같이 순서대로 마신다’에 집중하는 것이다. 저자는 “친하지 않은 사람과 평등하게 폭탄주 여러 순배를 돌리고 나면 경계심은 알코올로 마취되고 ‘아, 이 사람이랑 친한 것 같아’라는 가성 친밀감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커피전문점에서 사람들은 ‘아이스 화이트 초콜릿 모카, 그란데’까지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샷 추가’ ‘바닐라 시럽 추가’ ‘휘핑크림을 빼라’는 추가 주문으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든다.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나만의 나’를 만들려는 노력이 반영돼 있는 행위다. 저자는 이를 ‘개성화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획일화’의 심리를 반영하는 커피믹스에 대한 사랑도 여전하다.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나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자칫 피곤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군중 속에서 익명으로 남을 때 그 안에서 구성원으로서의 결속력은 강해진다. 이처럼 커피믹스의 획일성과 균질성이 주는 안정감은 커피전문점에서 이뤄지는 개성화의 노력과 공존한다.

저자는 와인에 대한 열광은 재즈와 비교해서 해석했다. 와인이나 재즈에 탐닉하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자기애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타인이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고, 남과 견줘 자신이 낫다고 여길 때 자아존중감을 맘껏 만끽하는 사람들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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