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한국 배우들 에너지가 넘쳐”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日연출가 사카테 요지 씨

“요즘 사람들은 늘 갇혀 있는 느낌을 갖고 사는 거 같아요. ‘다락방’이라는 연극에는 스스로를 가둬두려 만든 다락방이라는 상품이 나와요. 작은 공간을 이용한 연극적인 시도뿐 아니라 동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우리의 문제를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한국에서는 ‘블라인드 터치’로 알려진 연출가 겸 극작가 사카테 요지 씨(47·일본극작가협회 회장·사진)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6월 8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사카테 요지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한 것. 페스티벌 기간에는 그의 작품 ‘다락방’(6월 8∼28일)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원제 ‘오뚝이가 자빠졌다’·7월 2∼12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다락방’은 폭 1.8m, 높이 1.2m 비좁은 다락방 속에 15명의 배우가 들어가는 설정이 눈에 띈다. ‘왕따’를 당해 학교에 못 다니게 된 소녀, 어린 소녀를 10년간 감금해 온 중년 남자, 다락방에서 외계와 접촉하다 오래전 죽은 남자 등이 비좁은 다락방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이 작품으로 사카테 씨는 요미우리 문학상과 연극대상 최우수 연출가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8개국 15개 도시에서 공연하면서 매번 그 나라의 문화 현실에 따라 각색됐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그는 직접 연출을 맡았고 배우 오디션에도 참여했다. “한국 배우들은 자신이 이미지를 만들어 캐릭터를 완성시키려는 마음이 강한 편입니다. 그만큼 연기에 에너지가 넘칩니다.”

‘오뚝이가 자빠졌다’는 한국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이름으로 번안돼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김광보 씨가 연출을 맡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바탕으로 지뢰연구회 회원, 지뢰 찾는 깡패, 지뢰 판매 무기상, 지뢰 제작회사 직원 등의 캐릭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등장하며 전쟁의 참혹함을 폭로한다. 2004년 일본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은 자이툰 부대로 설정이 바뀌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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