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낯선 오페라’가 찾아온다…3色 향연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한국 무대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화제의 오페라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피델리오’ ‘노르마’ ‘모세’. 박영대 기자·동아일보 자료사진·사진 제공 서울오페라앙상블
한국 무대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화제의 오페라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피델리오’ ‘노르마’ ‘모세’. 박영대 기자·동아일보 자료사진·사진 제공 서울오페라앙상블
《국내 오페라단들이 한국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던 오페라를 5, 6월 잇달아 무대에 올린다.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무악오페라단·7∼10일)가 17년 만에 선을 보이며 로시니의 ‘모세’(서울오페라앙상블·22일), 벨리니의 ‘노르마’(국립오페라단·6월 25∼28일)가 3색(色) 향연을 펼친다. 그동안 국내에서 선보인 오페라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푸치니 ‘나비부인’ ‘라보엠’,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등으로 인기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오페라단과 관객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오페라평론가 이용숙 씨는 “오페라 발전을 위해서는 레퍼토리를 더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델리오 짙은 베토벤의 향기

베토벤은 이 작품을 10년에 걸쳐 세 번 고쳤다. 서곡은 네 번이나 다시 작곡했다. 성악을 강조한 당대 오페라와 달리 베토벤은 관현악의 색채가 강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만큼 베토벤 음악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1970년 국내에서 초연됐으나 1992년에야 다시 공연될 만큼 접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1970, 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줄거리가 문제가 됐다. 18세기 스페인 세비야에서 정치가 플로레스탄이 형무소장의 비리를 폭로한 혐의로 불법 감금당하고 살해될 위기에 처하자 아내 레오노레가 남장을 하고 남편을 구출해 낸다는 내용. 당시 정치범 이야기는 금기(禁忌)나 다름없었다. 남성 합창단원만 80여 명, 모두 120여 명이 무대에 서는 대작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무악오페라단의 창단 기념 공연으로 소프라노 나경혜, 수전 앤서니, 이지영, 테너 한윤석, 스티븐 해리슨이 출연한다. 7∼9일 오후 8시, 10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3만∼15만 원. 02-720-3933

모세 로시니의 숨겨진 진면목

로시니는 국내에 ‘세비야의 이발사’를 비롯한 ‘오페라 부파’(희극·喜劇)로 유명하지만, ‘오페라 세리아’(비가극·悲歌劇)도 여러 편을 창작했다. 모세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리아 중에서 걸작으로 꼽힌다. 구약성서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종교적 색채와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국내 무대에 자주 오르지 못했던 작품이다. 이용숙 씨는 “작품 스토리가 탄탄하고 성서에 없는 이집트 왕자와 이스라엘 아가씨의 사랑 이야기 등 허구적 요소가 많아 신자가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오페라”라고 설명했다. 모세는 올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뮤직페스티벌의 오페라(리카르도 무티 지휘)로 선정되기도 했다.

베이스 김요한, 소프라노 오미선, 메조소프라노 조미경 씨가 나온다.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4만∼7만 원, 학생석 2만 원. 02-741-7389

노르마 벨칸토의 진수

노르마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부활’시킨 오페라로 유명하다. 당시 ‘비인기’ 오페라였던 노르마는 주인공 노르마 역을 맡은 칼라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기교적 창법으로 재평가받았다. 아리아 ‘정결한 여신’은 칼라스의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인공 소프라노가 다양한 창법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자주 접하기 힘들었다. 이번 무대에는 리릭(서정적이고 편안한 창법)과 드라마틱 음색을 모두 소화하는 소프라노 김영미 씨가 노르마로 나온다.

연출을 맡은 파올로 바이오코는 “한국 관객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오페라인 만큼 동양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 극중 등장하는 신성한 나무를 성황당으로 표현하는 등 한국 정서를 무대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6월 25∼27일 오후 7시 반, 28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1만∼10만 원.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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