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주제 따라 1시간만에 ‘변신’

  • 입력 2009년 4월 29일 02시 59분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전시 주제가 바뀜에 따라 뒤집어 돌려 내부 공간의 형태를 바꾸는 건축물이다. 5월 24일까지는 육각형 면이 바닥이 된 공간에서 스커트 전시회를 연다. 사진 제공 에델만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전시 주제가 바뀜에 따라 뒤집어 돌려 내부 공간의 형태를 바꾸는 건축물이다. 5월 24일까지는 육각형 면이 바닥이 된 공간에서 스커트 전시회를 연다. 사진 제공 에델만
경희궁에 설치된 프라다 전시공간

서울 종로구 신문로 경희궁 흥화문 안뜰에 기묘한 형태의 사면체 구조물이 솟았다. 높이 20m의 이 새하얀 구조물은 패션기업 프라다의 건축 크로스오버 프로젝트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다. 25일 공개된 트랜스포머는 이름 그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건축 구조물. 원형, 십자형, 육각형,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진 4개 면을 내부 전시 주제가 바뀜에 따라 뒤집어 돌릴 수 있게 했다.

설계자인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 씨(64·미국 하버드대 교수·OMA 대표)는 200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브랜드 전시장 ‘에피 센터’를 시작으로 패션쇼 무대 디자인 등 프라다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OMA의 트랜스포머 프로젝트 책임건축가 알렉산더 라이히야트 씨(37)는 “기획 전시 주제를 바꿀 때마다 크레인으로 구조물을 들어올린 다음 돌려 앉혀서 내부 공간의 형태를 다르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5월 24일까지는 육각형 면이 바닥이 된 공간에서 스커트 전시회가 열린다. 6월 26일부터 7월 12일까지는 사각형 면이 바닥에 오게 만든 다음 ‘육체, 마음, 영혼’을 주제로 한 영화제를 개최한다. 7월 말부터 한 달 동안은 스웨덴 미술가 나탈리에 유르베리 씨의 설치미술전 ‘턴 인투 미(turn into me)’가 십자가형 면의 바닥 위에서 열린다. 원형 바닥에서 열릴 마지막 행사 주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크레인 4대로 건물 모서리를 잡아 들어올리고 뒤집어 앉히는 작업에는 약 1시간이 걸린다. 3000개의 볼트로 250개의 철골을 고정해 만든 무게 180t의 이 구조물은 비행기나 중기계 보관 때 덮는 흰색 폴리염화비닐(PVC) 막으로 감쌌다. 신축성이 뛰어난 PVC 막은 각 면의 형태를 드러내면서 모서리를 부드럽게 감싸 하나로 연결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전시를 모두 마친 뒤 이 건물은 철거돼 사라진다. ‘다른 곳으로 옮겨 전시장으로 활용하자’는 프라다 측의 제안을 콜하스 씨가 거절했다. 원래 목적을 온전히 수행한 건축물은 계획대로 사라져야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역사적 장소인 경희궁 터에 상업적 전시 공간을 만든 데 대한 논란도 있다. 라이히야트 씨는 “모든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는 그 나라의 문화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변화’와 ‘뒤섞임’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오래된 교회 곁에 첨단 고층 건물이 들어서 섞이는 도시죠. 옛 왕궁을 마주보는 트랜스포머의 ‘변신’은 현대 서울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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