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차관 자리이동 해석 분분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언론정책 변화냐, 문화예술계 물갈이 마무리냐

“영전(榮轉)이야, 물먹은 거야?”

24일 이뤄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인사에서 신재민(사진) 2차관이 1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김장실 문화부 1차관이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난 대신 신 2차관이 1차관으로 ‘수평 이동’했다. 또 신임 2차관에는 김대기 통계청장이 발탁됐다.

언론인 출신으로 대선 때 이명박(MB)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로 활동했던 신 차관은 정권 출범 후 정부의 언론정책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YTN 사태와 MBC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그는 작심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계 현장에선 이 때문에 ‘신재민=MB 언론정책 대변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문화예술 담당 1차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더욱이 새로 언론정책 업무를 맡게 될 신임 김대기 2차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예산처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다. 신 차관이 언론정책에서 손을 떼게 된 데는 뭔가 다른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차관 인사를 전후한 신 차관의 일정 등을 보면 ‘실세’로 불리는 신 차관도 자신의 인사를 미리 알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의 한 참모는 26일 “문화부에서 1, 2차관을 둘 다 하는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 ‘축 영전’으로 보면 된다”면서 “1년 이상 현 정부의 언론정책의 근간을 만드는 데 나름대로 성과를 낸 만큼 문화예술 정책 관련 업무를 해보는 게 본인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문화예술계 물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 차관의 돌파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정부의 언론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여권의 또 다른 인사는 “개성이 강한 신 차관이 언론 정책의 선봉에 있으면서 본인이 일부 언론의 표적이 된 측면이 있고 정부로서도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실과 신 차관이 그리 편한 관계는 아니었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선 언론인 출신이 아닌 사람이 언론정책을 맡는 것이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한다. 아무튼 신 차관이 언론정책 업무와 무관한 1차관으로 옮김에 따라 정부의 언론정책은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구도가 됐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한편 신 차관은 자신의 인사 배경을 둘러싼 갖가지 해석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정무직은 언제든 가라는 데 가서 일하고 그만두라면 그만둘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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