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전(榮轉)이야, 물먹은 거야?”
24일 이뤄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인사에서 신재민(사진) 2차관이 1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김장실 문화부 1차관이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난 대신 신 2차관이 1차관으로 ‘수평 이동’했다. 또 신임 2차관에는 김대기 통계청장이 발탁됐다.
언론인 출신으로 대선 때 이명박(MB)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로 활동했던 신 차관은 정권 출범 후 정부의 언론정책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YTN 사태와 MBC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그는 작심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계 현장에선 이 때문에 ‘신재민=MB 언론정책 대변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문화예술 담당 1차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더욱이 새로 언론정책 업무를 맡게 될 신임 김대기 2차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예산처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다. 신 차관이 언론정책에서 손을 떼게 된 데는 뭔가 다른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차관 인사를 전후한 신 차관의 일정 등을 보면 ‘실세’로 불리는 신 차관도 자신의 인사를 미리 알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의 한 참모는 26일 “문화부에서 1, 2차관을 둘 다 하는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 ‘축 영전’으로 보면 된다”면서 “1년 이상 현 정부의 언론정책의 근간을 만드는 데 나름대로 성과를 낸 만큼 문화예술 정책 관련 업무를 해보는 게 본인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문화예술계 물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 차관의 돌파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정부의 언론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여권의 또 다른 인사는 “개성이 강한 신 차관이 언론 정책의 선봉에 있으면서 본인이 일부 언론의 표적이 된 측면이 있고 정부로서도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실과 신 차관이 그리 편한 관계는 아니었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선 언론인 출신이 아닌 사람이 언론정책을 맡는 것이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한다. 아무튼 신 차관이 언론정책 업무와 무관한 1차관으로 옮김에 따라 정부의 언론정책은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구도가 됐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한편 신 차관은 자신의 인사 배경을 둘러싼 갖가지 해석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정무직은 언제든 가라는 데 가서 일하고 그만두라면 그만둘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