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윤이상… 책 만들며 만든 인연들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김언호 한길사 대표 ‘책의…’ 펴내

1994년 4월 2일 김언호 한길사 대표(사진)는 이탈리아 로마의 플라자 호텔 로비에서 작가 시오노 나나미 씨를 처음 만났다.

시오노 씨는 “왜 내 책을 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의 책을 한국에서 번역 출판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다. 선생의 책을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스테디셀러’로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2시간 남짓 대화를 나눈 뒤 시오노 씨는 ‘로마인 이야기’의 한국어판 출판을 한길사에 맡겼다.

김 대표가 33년 동안 책을 만들면서 만난 작가들과의 사연, 책을 내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모아 ‘책의 공화국에서’(한길사)를 펴냈다.

김 대표는 1978년 소설가 김정한 선생의 산문집을 내면서 ‘낙동강의 파수꾼’이라는 제목을 권했다. 낙동강변 사람들의 삶을 작품에 담은 선생의 문학 세계를 감안한 것이었다. 이 책으로 김정한 선생은 ‘낙동강의 파수꾼’으로 불리게 됐다.

고등학교 때 ‘사상계’로 함석헌 선생의 사상을 접한 김 대표는 출판사를 하면서 그의 저작을 펴냈다. 김 대표는 “자택에 자주 갔는데 선생은 늘 꽃과 나무를 손봐주고 계셨다”면서 “꽃을 가꾸시는 소년 같은 할아버지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88년 10월 6일 독일 베를린 자택에서 만난 작곡가 윤이상 선생에 대한 이야기에서 “통영의 풍경을 떠올리는 듯 고향 이야기를 쏟아내는 선생은 꿈꾸는 소년 같았다”고 회고했다.

1987년 5월 12일에는 ‘의적의 사회사’ ‘자본의 시대’ 등을 쓴 영국의 사회경제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한길사를 방문했다. 그는 당시 사회운동에 대해 “역사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미래에 희망을 건다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서 삶의 희망과 미래의 지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문에서 “한 시대를 온몸으로 호흡하면서 지적 작업을 해내는 현인들을 만나고 책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밝혔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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