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감상 길잡이 20선]<15>알기 쉬운 현대미술 감상의 …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알기 쉬운 현대미술 감상의 길잡이/필립 예나윈 지음/시공아트

《“미술로부터 등을 돌리거나 미술을 거부하는 것은 아무리 그렇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더라도 너무 안이한 해결책이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술은 여전히 우리가 세계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다. 때로 과거의 미술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보일지라도 미술은 여전히 정신적인 면에서, 영감이라는 측면에서, 심지어 이성적인 면에서 유용한 의미를 지닌다.”》

“어렵다” 불평 말고 해석을 즐기라

이 책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작품 제작 동기를 유추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입문서다.

뉴욕 근대미술관의 교육프로그램 총책임자인 저자는 “미술이 아주 생소한 언어처럼 보이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미술은 추상성, 비정상적인 작품 크기, 통념에 반하는 주제와 형식, 불명료하고 혼란스러운 의미, 천박하고 조잡해 보이는 제작 기법 탓에 사람들에게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캔버스에 아무런 형상 없이 한 가지 색만 칠해놓거나 무의미하고 불규칙적인 형상이 반복되는 그림을 보고 나면 “저런 것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현대미술이 심리적으로 생소하고 달갑지 않은 것은 현대에 들어와 작가 개인의 정체성이 강조되면서 작가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주제, 재료, 기법 구축 방법을 찾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대미술을 감상하려는 이들에게 저자는 ‘미술이 쉬웠으면’ 하는 생각부터 바꿀 것을 요구한다. 의학과 자동차 기술의 전문성은 받아들이면서 미술을 아무 노력 없이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술을 알기 위해서는 특별히 습득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적어도 상당한 양의 체험과 경험,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술은 단지 아름답고 주어진 틀에 들어맞는 것이거나 편안한 느낌을 주는 대상이 아니다”고 말한다. 미술의 가장 만족스러운 기능은 우리의 마음을 훈련시켜 작품 주제와 양식, 재료, 기법의 애매한 점을 발견해 추론하고 해석하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다양한 작가, 그림을 통해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법을 설명한다.

현대 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19세기 말 프랑스 화가 폴 세잔(1839∼1906)의 1885년경 작품 ‘수영하는 사람’은 어색한 공간 구성과 색채가 그림에 표현된 인물과 배경의 사실성을 떨어뜨린다. 세잔은 이를 통해 그림의 내용보다는 물감을 칠한 기법에 집중하게 만든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1911년 작 ‘붉은 화실’에서 화가가 주제를 나타내는 방식을 찾는다. 테이블 위의 소묘 도구, 쌓아 놓은 그림들, 텅 빈 액자 등 마티스의 작업실을 그린 이 작품은 붉은색 배경이 강렬하다. 그런데 그림상의 왼쪽 벽과 뒷벽이 만나는 선이 없어 공간에 대한 감각이 잘 생기지 않는다. 저자는 작업실을 그렸지만 그림은 3차원이 아니라 2차원의 평면예술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가구들은 윤곽선만 있고 색채가 없다. 온통 붉은색이다. 이는 마티스가 강렬하고 따뜻하지만 공격적인 붉은색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저자는 예술성이 뛰어난 미술 작품의 제작 동기, 함축적 의미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백남준의 미디어아트를 포함해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 작가의 작품과 설명이 담겼다. 책 마지막에는 아르누보, 바우하우스, 다다, 팝 아트, 퍼포먼스 아트 등 많이 쓰이는 미술용어 30여 개를 소개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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