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33>民可使由之요 不可使知之니라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8분


공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논어’ ‘泰伯(태백)’의 이 章을 근거로 공자가 우민정치를 지지했다고 말한다. 공자는 道德(도덕)과 命令(명령)과 政敎(정교)로 백성을 인솔할 수는 있어도 백성에게 일일이 이유를 알리기 어렵다는 현실 상황을 말한 것이다. 공자는 衛(위)나라로 갈 때 염유(염有)의 질문에 답하여, 민중이 많아지게 하고 국민을 부유하게 하며 그들을 가르치는 일이 포부라고 말했다. 북송의 정자(程子)는 “백성에게 일일이 알게 할 수 없기에 그들로 하여금 따라 나가게 할 뿐이다. 백성이 알지 못하게 한다면 朝四暮三의 술수이다”라고 풀이했다.

후한의 학자는 民에 어두울 冥(명)의 뜻이 있어 民은 무식한 대중을 가리킨다고 했다. 하지만 民은 士와 구별되는 일반인을 가리킨다. 使는 ∼에게 ∼하게 한다는 짜임을 만든다. 由는 準據(준거)로 삼아 나아간다는 뜻이다. 쓸 용(用)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之는 도덕 명령 정교를 암시한다. 不可는 ‘∼을 할 수 없다’이지 ‘∼해서는 안 된다’가 아니다.

정약용은 이렇게 풀이했다. “공자는 교육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有敎無類(유교무류)를 말했거늘, 어찌 백성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겠는가? 성인의 마음은 공정하므로 맹자는 ‘모든 사람이 요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욕을 채우려고 백성들을 어리석게 만들어 사람마다 요순이 되는 길을 막아야 되겠는가?”

환무용(宦懋庸)이란 학자는 원문을 ‘民可, 使由之. 不可, 使知之’로 끊고, “世論(세론)이 좋다고 하면 함께 따라 나가고 세론이 불가하다고 하면 이해시킨다”로 풀이했다. 포퓰리즘의 해석이므로 정약용의 풀이만 못하다. 정약용은 덧붙였다. 백성들을 어리석게 하여 스스로의 왕위를 굳히려 한다면 머지않아 그 나라는 멸망하게 되리라고.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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