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감상 길잡이 20선]<12>세계 명화 비밀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세계 명화 비밀/모니카 봄 두첸 지음·김현우 옮김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왜곡의 위험이 많다는 것이다. ‘다비드’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벌거벗은 남자’이고, 미켈란젤로 자신이나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서도 자주 모방되었다. 진품이 보관돼 있는 피렌체 지방의 기념품 가게에는 수없이 많은 다비드들이 진열되어 이 위대한 걸작을 기림과 동시에 왜곡하고 있다.”》

다비드상의 머리가 큰 이유는?

이 책의 원제는 ‘걸작의 사생활(The Private Life of a Masterpiece)’이다. 영국의 전시 기획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서양미술사에서 작품 8개를 고른 뒤 가능한 한 모든 각도에서 조명해 각각의 작품에 대한 ‘전기(傳記)’를 써보겠다는 목표로 이 책을 펴냈다.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고야의 ‘1808년 5월 3일’, 마네의 ‘올랭피아’, 고흐의 ‘해바라기’, 뭉크의 ‘절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폴록의 ‘가을의 리듬’ 등 8편의 걸작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와 화가의 개인사, 당시 사회 분위기, 시대적 배경, 그리고 작품이 세상에 나온 후에 겪은 일들을 다뤘다.

첫 번째 걸작은 다비드 조각상. 이 책은 다비드가 조각되기 전, 대리석 덩어리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북서쪽으로 떨어진 카라라 지역에서 채석된 이 초대형 대리석은 원래 1464년 조각가 아고스티노 디 두초가 거대한 다비드상을 의뢰받고 주문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두초가 작업을 그만둔 뒤 이 대리석은 25년간 성당 작업실에 골칫덩어리로 방치돼 있었다. 1501년 26세였던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 작업을 다시 맡게 되면서 초대형 대리석은 빛을 보게 됐다.

대리석은 크기만 컸지 두께는 얇았다. 가장 얇은 부분은 45cm밖에 되지 않아 한 번만 손을 잘못 움직여도 작품 전체가 망가질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실수 없이 대리석을 잘라내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먼저 점토로 빚은 다비드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물그릇에 담근 뒤 물이 빠지면서 점토 조각이 드러나는 부분을 보면서 다음에 해야 할 작업을 파악했다.

다비드상은 당초 피렌체 대성당 버팀목 높은 곳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해부학적으로 볼 때 다비드의 머리와 손이 지나치게 크고, 눈썹도 많이 튀어나와 있으며 이마의 주름살이 과장되게 잡혀 있는 것도 애초에 높은 곳에 설치될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기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인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지금은 고전이지만 제작 당시에는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화가들이 즐겨 썼던 단선적 원근법을 거부하고 스스로 ‘공기 중의 원근법’이라고 불렀던 독특한 투시법을 사용했다. 경계선을 흐릿하게 하고 밝은색을 사용함으로써 작품 속의 공간이 뒤로 물러나는 듯한 환상이 들게끔 한 것이다.

그는 ‘스푸마토’라는 독창적 기법을 개발했는데 톤의 조절을 통해 경계선을 없애는 방법으로 이를 사용하면 그림에서 선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모나리자’의 모호한 표정은 딱딱한 경계를 지우는 이런 기법 덕분이었다. 최근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화상과 모나리자를 합성해 본 결과 두 초상화에 그려진 얼굴의 면면이 일치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모나리자’를 그리는 동안 그 스스로도 직접 모델 역할을 했을 거라는 결론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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