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혼에 빠져 그림동화책 번역”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볼로냐 아동도서전서 한국 문학 伊소개 두르소 교수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아시아권 국가가 주빈국이 된 것은 한국이 처음입니다. 한국이 아동도서와 교육에 큰 노력을 기울여왔고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기에 한국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영광스럽습니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개막일인 23일 전시장과 주빈국 관련 주요 행사장에서 개량한복 차림의 한국문학 번역가 빈첸차 두르소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 한국어학과 교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탈리아의 한국통’으로 꼽히는 두르소 교수는 이날 오후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전시장에서 열린 ‘한국동화로의 초대’에서 직접 번역한 그림책 ‘밥 안 먹는 색시’를 이탈리아어로 낭독하고 일러스트레이터 한성옥 씨의 그림책 ‘나의 사직동’에 대한 대담의 통역과 진행도 맡았다. 볼로냐 시청사에서 열린 ‘한글, 한국의 문자’ 전시 개막식에서도 유창한 한국어로 통역을 맡았다.

그는 고은 시인의 시집 ‘순간의 꽃’을 비롯해 소설가 황석영 은희경 씨, 시인 정현종 씨 등의 작품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해왔다.

1981년 정부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온 뒤 서울대에서 국어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10여 년간 한국에서 지냈다. 그는 “학부에서 동양학을 공부했는데 당시만 해도 동양학이라고 하면 일본이나 중국 외에 한국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처음에는 소수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출발했다가 한국의 역사와 혼에 매력을 느껴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아직까지도 한국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시피 한 나라로 한국에 독자적인 문자가 있는지, 한국문학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며 “한국어 번역가도 주요 문학번역상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을 계기로 한국 그림동화책을 처음 번역했다는 그는 “한국의 전통적 색채가 녹아 든 동화라 반응이 좋았고 아이를 둔 엄마로서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문학작품뿐 아니라 한국의 창작동화도 계속 번역해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볼로냐=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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