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서양무용 내한공연 맞서 한국춤 정수 살린 세작품 무대에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가장 한국적인…

《국내 ‘골수’ 무용 관객은 2000명 남짓하다. 1000석 이상 대형 무대에 올리는 무용 공연은 3일을 넘기기 힘들다. 그나마 인기 있는 발레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 무용가의 작품들이 잇따라 국내 무대에 오른다. 장크리스토프 마요가 안무한 국립발레단의 ‘신데렐라’(20∼24일·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고난도의 발레와 극적 표현을 앞세운 러시아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27∼29일·LG아트센터)…. 하지만 서양 무용 작품의 틈바구니에서도 우리 춤의 정수를 살린 한국 무용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그 세 작품을 들여다봤다.》

○ 한국 춤의 정수를 살린 ‘코리아 환타지’

18∼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환타지’는 다양한 한국 춤을 망라했다. 부채춤, 장구춤, 북춤, 학춤, 칼춤 등 한국 춤의 하이라이트를 뽑아 일종의 몽타주 기법으로 보여준다.

2001년 첫선을 보인 뒤 주로 국빈 방문이나 해외 초청 때 공연됐다. 정작 국내 관객에게는 낯선 공연인 셈이다. 2004년 이후 5년 만의 공연이다.

10편의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소개한다. 조선 왕비의 단아한 품위를 그려낸 ‘궁(宮)’, 박력 넘치는 남성 군무로 구성된 ‘품(品)’, 한국 무속신앙을 춤으로 풀어낸 ‘기도’ 등 새 작품도 포함됐다. 화려한 부채춤은 30명의 내부 오디션을 거쳐 입단 4년차의 조현주 씨(25)가 주역을 맡았다.

30여 명의 무용수가 121개의 북을 두드리며 춤을 추는 삼고무와 오고무도 볼거리다. 화려한 춤사위와 북소리가 하나로 어울리는 장면은 여느 서양 춤 못지않게 스펙터클하다.

○ 한달 장기공연 도전중인 ‘30일간의 승무이야기’

서울 대학로 성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30일간의 승무이야기’(7일∼4월 5일)는 무용으로는 드물게 ‘장기 공연’이다.

한성준 한영숙 이애주 씨로 이어지는 승무와 태평무, 살풀이춤의 계승자 중 한 명인 이철진 한국춤예술원 대표(43)가 100석 미만의 소극장에서 매일 1시간 남짓 춤판을 펼친다. 제대로 추면 40분이 걸리는 승무와 더불어 태평무, 살풀이춤을 번갈아 추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면 땀범벅이 된다.

관객은 무대 코앞에서 무용수의 거친 숨소리와 땀 냄새를 느낄 수 있다. 공연이 끝난 뒤 국악과 한국 춤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풀 수 있는 대화 시간도 있다.

이 대표는 “2007년 ‘보름간의 승무이야기’에 도전했을 때 하루 서너 명이던 관객이 입소문이 나면서 극장을 꽉 채웠던 경험을 살려 한 달 공연에 도전했다”며 “한국 춤의 대중화를 위해 이제는 소극장 공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고구려 코드의 ‘Images 비천사신무’

26, 27일 서울 중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는 창작무용극 ‘Images 비천사신무(飛天四神舞)’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작품은 고구려 고분벽화 속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담은 사신도(四神圖)의 이미지를, 같은 그림을 소재로 한 작곡가 윤이상의 ‘Images’(1968년 작)에 맞춰 춤사위로 풀어냈다.

정승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은 이 작품 안무를 위해 중국 지안(集安) 현 답사에 나서 고구려 고분 벽화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한국 불가의 선무도 동작을 연구했다. 2003년 이후 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고분 속 사신과 교감을 나누는 여주인공을 고구려 여인에서 현대 여인으로 바꾸었다. 시조와 장구가락 등 전통가락을 새로 입혔고 춤 동작도 절반가량 교체했다. 정 원장은 “음양의 조화로 빚어진 사신도의 생명력을 과거의 역사 속에서 불러내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는 하나의 원리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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