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과학+연극 = 어렵다? 재밌다!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과학은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기에 어렵다. 반면 연극은 관객의 직관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물리적 결합은 가능해도 화학적 결합은 힘들어 보이는 둘의 행복한 동행을 꿈꾸는 연극전이 펼쳐진다. 24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의 소극장 스페이스111에서 과학연극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지질학 등 과학을 소재로 한 4편의 연극이 이어달리기 식으로 공연된다. 연극을 통해 과학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키고 과학을 통해 연극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가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들 연극을 살짝 엿보자.》

두산아트센터 생물학 등 다룬 4편 릴레이 공연

첫 주자인 ‘과학하는 마음-발칸동물원’(연출 성기웅·3월 24일∼4월 12일)은 생물학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과학하는 마음’은 일본 현대 연극의 새로운 경향을 선도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가 생물학의 세계를 연극화한 3부작이다. 1부는 유전자공학, 2부는 영장류 연구, 3부인 발칸동물원은 뇌과학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 국립대 생물학연구소를 무대로 식물인간이 된 세계적인 뇌과학자 알렌 클래식의 뇌를 기증받는 문제가 펼쳐지는 가운데 생명과학도들의 일상과 고민을 담았다. 특히 무대 위에서 여러 인물이 동시에 대화를 펼치는 ‘동시다발 대화’를 펼쳐 관객이 선택적으로 특정 주제를 쫓아가게 한 연출 효과가 독특하다. 이런 다성(多聲)적 접근을 통해 20세기 후반 이후 생물학이 왜 과학의 총아로 각광받게 됐는지를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둘째 주자인 ‘산소’(연출 김광보 4월 21일∼5월 10일)는 화학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 작품이다. 유기화학자이며 극작가인 칼 제라시와 노벨화학상 수상자이자 시인인 로알드 호프만이 함께 집필한 이 연극은 1901년 노벨상이 제정되기 이전에 숨진 화학자 중에 노벨화학상을 수여할 경우 누구를 수상자로 해야 하느냐는 도발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격론 끝에 산소를 발견한 사람으로 압축되지만 수상 후보로 칼 셸레(스웨덴), 조지프 프리스틀리(영국), 앙투안 라부아지에(프랑스) 등 세 화학자의 경쟁구도가 펼쳐지면서 그들이 살았던 1777년과 2001년 현재를 넘나드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셋째 주자인 ‘코펜하겐’(연출 윤우영·5월 16일∼6월 7일)에선 양자물리학의 천재들을 만날 수 있다. 미국 토니상 최우수 신연극상, 최우수연출가상,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한 이 연극은 덴마크 물리학자이자 유대인인 닐스 보어와 독일 물리학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적대국이 된 조국의 상황을 뛰어넘어 진리를 추구하고 우정을 나눈 이야기를 담아냈다.

마지막 주자 ‘하얀 앵두’(연출 김동현·6월 16일∼7월 5일)는 창작극으로 지질학과 고생물학, 원예학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이 작품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고생대 지층, 지금으로부터 약 5억 년 전후인 캄브리아 오르도비스기 지층이 지나가는 강원 영월군을 무대로 하얀 앵두가 자라던 할아버지의 정원을 복원하려는 50대 작가의 분투기를 다뤘다. 극작가 배삼식 씨는 “과학을 직접적 소재로 하기보다는 지질학과 고생물학이 다루는 엄청난 시간 앞에 서 소멸의 두려움을 간직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며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이, 영원을 향한 갈망이 꽃이 피게 하고 벌을 날게 하고 타자의 기억 속에 자신을 남겨두기 위해 사람들을 수다스럽게 만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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