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미디어/다윈을 따라서]‘지구온난화 충격’ 생생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다윈 해양탐사 ‘침몰하는 카리브’

EBS, 本報제작 다큐 3회 방영


《11일 오후 9시 50분 EBS에서 방영된 ‘다윈을 따라서 해양 대탐사-침몰하는 카리브’는 자연 탐사를 넘어 ‘로드 무비’에 가까운 다큐멘터리다. 1809년 찰스 다윈이 탄생한 지 200주년이 되는 시점을 맞아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는 데 근간이 된 ‘비글호 항해’의 항로를 추적한 한 과학자의 꿈이 담겨 있다. 》



죽어가는 산호… 앙상한 고목…‘지구온난화 충격’ 생생

허리케인 속 무인도 탐사 등 갖은 고초

갈증-향수 시달리는 인간적 향취 물씬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시도다. 이 다큐멘터리는 동아일보 동아닷컴 동아사이언스 등이 크로스미디어의 일환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 내레이션 맡은 최수종 씨 “보기만 해도 손에 땀이…”

‘침몰하는 카리브’는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으로 혼란에 빠진 ‘장보고호’의 장면에서 시작된다. ‘장보고호’는 권영인 박사(48·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가 비글호 항해를 위해 사재를 털어 만든 배. 권 박사와 송동윤 대원이 “더는 촬영이 어렵다”고 말한 대목에서 이 탐사가 얼마나 위험한 도전인지 가늠하게 한다.

위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해 11월 25일. 장보고호는 카리브 해의 한 무인도를 향해 갔다가 낭패를 본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상에 나타나는 섬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 허리케인으로 해수면이 높아져 섬이 사라진 것이다. 권 박사는 “최근 10년 사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변화로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권 박사가 비글호 항로를 따라가며 조사한 지역 생태계 및 지질 상태도 심각하다. 투명하고 맑은 카리브 해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산호들이 죽어 시꺼먼 석회질 덩어리로 변했고, 그 때문에 섬들의 해안은 심하게 깎여 있다. 이 지역 대표식물인 맹그로브 숲도 상당 부분 파괴돼 앙상한 고목이 됐다. 모든 게 지구온난화 탓이다.

EBS 편성기획팀의 이창용 PD는 “‘침몰하는…’은 지구 환경에 대한 한 과학자의 고뇌와 도전을 충격적인 영상과 함께 잘 담아낸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자연 탐사 다큐멘터리지만 인간적인 감동도 느낄 수 있다. 먹을 게 부족하다 보니 대원들은 몇 주 만에 10kg 넘게 체중이 빠졌다. 목표를 위해 항해에 나섰지만 떠나온 가족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 권 박사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최수종 씨는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이 나는 흥미로운 탐사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향취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대익 동덕여대 교수(과학기술학)는 “다윈이 살아나 다시 항해에 나섰어도 환경문제에 가장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라며 “다윈이 오늘날에 전해주는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되새겨보는 도전정신이 충만한 기획이란 점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 매체특성 살려 진정한 크로스미디어 구축

‘침몰하는 카리브’는 기획 단계부터 신문 인터넷 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도록 ‘매체별 맞춤’으로 제작됐다. 매체 융합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조응하는 크로스미디어 프로그램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제작을 맡은 이성환 PD는 “신문사가 지면 보도의 틀을 깨고 자연탐사를 카메라에 담은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면서 “이번 EBS 방영을 통해 신문과 TV, 모바일과 인터넷 등 매체에 따라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하나의 콘텐츠를 신문과 방송, 인터넷이란 다중매체(멀티미디어) 방식으로 독자 및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긍정적인 시도”라며 “결국 미래 보도매체가 이런 방식의 콘텐츠 생산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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