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집시음악 + 클래식 + 재즈… “나만의 스타일 연주해요”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7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는 헝가리 출신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로비 라카토시. 사진 제공 빈체로
7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는 헝가리 출신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로비 라카토시. 사진 제공 빈체로
26~29일 내한공연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라카토시 전화 인터뷰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로비 라카토시(44)가 26∼29일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서 라카토시가 연주한 헝가리 민속춤곡 ‘차르다시’ 영상을 찾아봤다.

곰돌이 같은 몸매, 잘 말아 올린 콧수염, 연미복에 나비넥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통통한 손가락. 현란한 기교를 부리면서도 ‘이것쯤이야’라는 듯 천연덕스러운 얼굴.

그의 바이올린은 클래식과 재즈, 헝가리 민속음악을 아우른다. 허비 행콕, 랜디 브래커 등 재즈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라디오 프랑스필, 드레스덴필, 런던 심포니 같은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왔다.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유일하게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2장의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통 있는 헝가리 음악 가문의 7대손 라카토시와 2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감기로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며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도 유쾌하게 답을 이어갔다.

―‘집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꼬마 시절부터 아버지께 바이올린을 배웠어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벨라 바르토크 음악원에서 정통 클래식 바이올린을 배울 때 상도 곧잘 받았죠. 그런데 어느 날 ‘왜 전통에 얽매여야 하지?’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음악에 ‘지금의 삶’도 담고 싶었거든요. 아, 정말 오래전 일이네요.(웃음)”

―당신이 선보이는 ‘집시 음악’은 무엇인가요.

“18, 19세기 때 헝가리에서는 집시 음악가가 왕성하게 활동했어요. 나는 각 지역의 집시 음악과 클래식, 재즈를 모두 받아들였어요. 잘 섞어서 내 스타일로 표현한 ‘집시 퓨전 음악’이라고 정의하고 싶군요. 나는 악보를 보고 연주하지 않아요. 매번 다른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죠.”

―왼손으로 현을 튕기는 스타카토, 빠른 손놀림이 특징인데 비결은 뭔가요.

“고전적인 클래식 바이올린 교육을 받은 뒤 헝가리 집시 음악을 접했기 때문에 기교는 제게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어요. 튼튼한 기초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리고 연습이죠.”

―당신의 기량으로 연주하기 어려운 곡도 있나요.

“음…. 글쎄요….(한참 생각한 뒤) 없다고 해두죠.(웃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연주하고 싶은 곡만 연주하니까.”

―어디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나요.

“재즈 아티스트 마일스 데이비스,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 러시아 프랑스 등의 집시 음악, 브람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그리고 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의 모든 음악을 즐겨 들어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도 정말 좋아합니다. 에너지를 주는 것들이죠.”

라카토시는 직접 만든 6인조 앙상블과 함께 26일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27일 경기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28일 경남 통영시민회관 대극장, 2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레퍼토리는 수하 발로 요제프의 ‘불의 춤’, 몬티의 ‘차르다시’, 직접 작곡한 ‘마라케흐의 밤’ 등.

그는 “한국 공연에서 꾸벅꾸벅 조는 관객이 단 한 명도 없을 것 같다”며 “우수와 흥겨운 리듬이 공존하는 집시 음악을 한껏 즐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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