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18>我非生而知之者라 好古敏以求之者也로다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中庸(중용)’에서는 성현을 세 등급으로 나눴다. 나면서부터 도리를 아는 生知(생지), 배워서 아는 學知(학지), 애써서 아는 困知(곤지)가 그것이다. 生知는 生而知之(생이지지)의 준말로, 곧 성인의 수준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공자를 生知의 성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논어’ 述而편의 이 章에서 공자는 자신이 生知의 성인이 아니라 好古敏求(호고민구)하는 자라고 했다.

첫머리의 我(아)는 일인칭 주어다. 非∼者는 ‘∼한 자가(또는 것이) 아니다’의 뜻을 나타내는 부정문 어법이다. 生而知之의 之는 구체적인 것을 가리키기보다는 어조를 고르는 기능을 한다.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도리를 가리킨다고 보아도 좋다. 好古(호고)는 옛 성인의 가르침에 담긴 올바른 도리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그 말 다음에 짧게 끊어진다. 敏以求之의 敏以는 以敏을 도치해 어세를 강화한 것이다. 敏은 敏速(민속)의 뜻이되, (맹,면,민)勉(민면)이나 汲汲(급급) 등 부지런하게 힘쓴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뒤의 之도 어조를 고르는 기능을 한다. 옛 성인의 가르침에 담긴 도리를 가리킨다고 보아도 좋다. 也는 문장 끝에서 단정의 어조를 나타낸다.

공자는 겸손하게 부정했지만 그는 生知의 성인이 아닐까? 이 질문은 의미가 없다. 신화 속의 黃帝(황제)는 아주 어려서부터 말을 했고 帝곡(제곡)은 태어나자마자 자기 이름을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약용은 그런 이야기를 터무니없다고 一蹴(일축)하고 生知란 예법을 배우지 않았는데도 어려서부터 장성할 때까지 몸을 닦고 삼가는 행동이 모두 법도에 맞는 것을 가리킨다고 재해석했다. 인류 문화와 관계된 지식은 공자라도 敏求(민구)하려 했을 것이다. ‘논어’를 읽는 일도 好古敏求의 한 방법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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