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원하는가… ‘부처를 쏴라’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연합뉴스
현각 스님, 스승 숭산 스님 법문 담아 책 펴내

“스승(숭산 스님)의 가르침 중 중요한 것 하나가 효심(孝心)입니다. 당신의 뜻을 살리고 한국 불교 발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게 됐습니다. 깨달음을 위해서는 부처나 조사(祖師)도 죽일 수 있다는 선 불교의 전통과 스승의 마음을 담아 책 제목을 ‘부처를 쏴라’라고 지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출신으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현각 스님(45·사진)은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1991년 처음 스승의 법문을 듣고 감격해 울었다”며 “생전 스승의 법문과 사연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2006년 미국에서 출간된 영문판을 다시 한글로 옮긴 것으로, 숭산 스님이 1982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고언을 담아 보낸 편지를 추가했다.

▶2월 25일자 A13면 참조

▶ “대통령, 엿장수 마음대로 되는 법은 없어”

현각 스님은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깊은 영향을 받아 계룡산 신원사 등에서 정진하다 1992년 출가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스님으로는 최초로 경북 문경시 봉암사에서 하안거에 참여했고, 동안거 기간에는 묵언(默言) 수행을 하기도 했다.

“그냥 안거에 참여하는 것과 묵언 수행은 많이 다르죠. 담배 피우면서 조깅하는 것과 제대로 조깅하는 것의 차이 아닐까요.(웃음) 묵언 수행을 하면서 초발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많이 참회했습니다.”

그는 한국 불교에 대해 깊은 애착을 보였다.

“한국 불교의 정신은 중국, 일본 불교에 비해 훨씬 활달하고, 현대인이 겪는 어려움을 꿰뚫는 진리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1991년경 하버드대 도서관에는 중국, 일본 불교와 관련된 책은 수만 권인데 한국 불교 책은 5권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대학의 마사토시 나가토미 교수 같은 세계적인 불교 학자도 ‘한국 불교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스님은 우리 불교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한 숭산 스님의 뒤를 이어 한국 불교의 선 사상을 다른 국가에 널리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어머니도 이제는 내가 뭘 하고 사는지 아니까 출가나 종교와 관련된 대화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장에서 물러난 현각 스님은 2주 뒤 유럽의 국제 선원을 찾아 수행과 정진을 할 계획이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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