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전문직 조선여성’ 기생들의 삶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나 자신으로 살아갈 길을 찾다/이지양 지음/240쪽·1만2000원·글항아리

황진이라고 하면 대부분 미모가 뛰어난 여인을 먼저 떠올린다. 드라마나 영화가 만든 이미지 때문이다. 그런데 옛 문헌들은 황진이의 호쾌한 성격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황진이가 재상가의 아들 이생과 하인 없이 단둘이 떠난 금강산 유람은 이런 성격을 잘 보여 주는 일화다. 두 사람은 절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잔칫집에서 노래를 불러 밥을 얻는 식으로 1년 정도 금강산 일대를 돌아다녔다. 황진이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석개는 유몽인이 ‘어우야담’에서 “늙은 원숭이 얼굴에 화살같이 째진 눈을 한 여자”로 묘사할 만큼 못생긴 기생이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틈날 때마다 연습한 끝에 노래로 이름을 떨쳤다. 허균이 “노래로는 기생 영주선과 송여송의 여종 석개를 모두 제일이라 하였다”는 기록을 남길 정도였다. 가련이라는 기생은 시문을 잘 외우고 술을 잘 마셨으며, 노래는 물론 거문고와 바둑에도 능해 모두들 그를 ‘재기(才妓)’라고 불렀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기생 12인의 삶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당시엔 천하게 대접받기도 했지만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자면 예술가와 연예인이라는 전문직으로서 그 삶을 재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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