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그시절 ‘남산’ 다녀오셨다고요? 요즘엔…

  • 입력 2009년 2월 23일 17시 05분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23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여러분은 서울의 중심에 있는 남산 하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1970~80년대 군부독재 시절 남산은 일반 시민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중앙정보부와 1980년 전두환 정권 들어 생긴 국가안전기획부는 남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김현수 앵커) 최근 들어 안기부가 사용하던 건물들은 서울시에 의해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변신해 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사회부 이헌재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요즘 남산은 어떻게 변했나요?

(이헌재) 네, 남산에 있던 안기부가 서초구 내곡동으로 옮겨간 것은 1990년 대 중반이었습니다. 이후 안기부가 쓰던 건물들은 서울시나 관계 기관들의 청사 등으로 활용돼 왔는데요.

최근 들어 서울시는 '컬처 노믹스' 전략의 일환으로 구 안기부 청사 등을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공간이나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남산 중턱에 있는 '남산창작센터'입니다. 이곳은 예전 안기부 요원들의 실내 체육관으로 사용되던 곳입니다. 서울시는 이후 실내 테니스장으로 쓰이던 이 곳을 리모델링해 대형 공연 전문 연습실로 만들었습니다.

남산창작센터는 총 3개의 연습실을 갖추고 있는데요. 특히 제1연습실은 무대 면적만 315㎡로 공연 전용 연습실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2007년 9월 문을 연 뒤 명성황후, 노트르담 드 파리, 돈 주앙 등 대형 뮤지컬과 라 트라비아타, 투란토트, 아이다 등의 오페라 공연의 연습이 이곳에서 이뤄졌습니다. 한 번에 1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에 연습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찾아갔던 20일에는 동숭아트센터의 코믹 무술 퍼포먼스 '애니 비트(Any Beat)'의 연습이 한창이었는데요. 무술이나 점프 동작이 많지만 공간이 넓어 부상 위험 없이 마음껏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정태영 감독 /'애니 비트' 연출

"연습공간이 부족합니다. 부족한데 (이곳이 좋은 점은) 크고 쾌적한 공간이라는 게, 첫 번째구요. 무대세트를 직접 세워놓고 연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박 앵커) 남산창작센터 이외의 옛날 안기부 건물은 지금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이) 남산창작센터에서 약 200m만 걸으면 '문학의 집, 서울'이 나옵니다. 이 집은 정원이 딸린 2층 단독 주택인데요. 다름 아닌 안기부장이 사용하던 관저였습니다. 서울시는 안기부가 떠난 뒤 한 동안 버려졌던 이 곳의 내부를 고쳐 시민들과 문학인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문학의 집, 서울' 앞에 있던 안기부 경호원들의 숙소는 철거된 뒤 2005년에 산림문학관으로 거듭났습니다.

문학의 집 서울에서는 '음악이 있는 문학마당'과 '수요문학광장' 등 매주 다채로운 문학 관련 행사가 열립니다.

이 건물 지하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 읽는 방'이란 이름의 도서관도 마련돼 있습니다. 요즘엔 조광호 화백의 '한국의 작고 문인 초상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문학의 집에서 개최하는 모든 행사들은 모두 무료로 운영됩니다.

옛 안기부 본관 건물은 국내외 젊은 여행자들을 위한 서울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 앵커) 서울시는 남산에 있는 문화 예술 공간을 클러스터화해 남산을 서울의 대표 문화 예술의 발상지로 육성할 계획이라면서요.

(이)그렇습니다. 남산에는 위에서 말씀드린 곳 외에도 애니메이션센터와 만화의 집이 있습니다. 오는 5월에는 서울예술대가 사용하던 동랑예술센터가 '서울시 드라마센터'로 거듭납니다.

서울시는 서울예술대의 학교 공연장으로 쓰이던 이 곳을 리모델링해 서울시민 전체를 위한 공연장 및 공연연습실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또 서울예술대의 강의실로 사용되던 건물에는 문화예술교육센터를 만들어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각종 교육환경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시는 이 밖에도 2007년 12월에 남산한옥마을 내에 330개의 객석을 갖춘 남산국악당을 개관했습니다.

인터뷰) 임종현 팀장 / 서울시 문화정책과 문화개발팀

"여러 가지 장르의 창작공간이 밀집돼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창작예술제를 앞으로 검토를 해서 이곳 남산을 창작 공간의 주요한 발상지로 삼을 계획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6년 취임 이후 줄곧 '문화시정'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래서 문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서울 곳곳에 조성하고 있습니다.

(박 앵커) 봄이 코앞인데요, 따뜻한 봄에는 가족들과 함께 남산에 가서 예술의 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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