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풍속 이야기 20선]<18>풀어낸 비밀 속의 우리문화 1, 2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풀어낸 비밀 속의 우리문화 1, 2/주강현 지음/해냄

《“나는 쓰여지지 아니한 문화, 별 볼 일 없는 문화에 늘 애정을 쏟는 편이다. 번듯한 문화유산의 공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름표 없는 문화유산이야말로 새삼 눈길이 더 간다. 고려청자는 귀하기는 해도 박물관이나 개인 소장가가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 흔하디 흔했던 보릿짚 모자는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문화는 고급스럽고 성스러운 것’이라는 식의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으로 문화를 재단하고 평가하지 말지어다.”》

이름표 없는 문화유산이 말하다

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인 저자는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전해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전국을 일주하면서 마주치는 풍경과 유물, 전통의 흔적을 통해 옛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을 풀어 쓴 책이다.

기행은 외연도로부터 출발한다. 외연도는 충남 보령시에 속한 섬들 중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이다. 섬에 도착한 저자는 섬을 뒤덮고 있는 숲에 주목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숲은 ‘마을을 지키는 숲’인 당숲이다. 섬사람들은 이 숲을 향해 살아 있는 소를 잡아 제사를 지낸다.

저자는 사물을 허투루 보고 지나치지 않는다. 남해의 앞바다에서 죽방렴(竹防簾·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살이 드나드는 곳에 나무를 세로로 촘촘히 박은 뒤 끝에 그물을 연결해 두고 걸려든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을 설치한 게 눈에 띄자 고유의 어업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식이다. 그는 “물살 빠르고 수심 낮은 곳에 나무를 촘촘히 박아 브이(V)자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양 날개를 설치하고 가운데에 고기를 몰아넣는 둥근 통을 설치해 고기를 잡았는데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도 이런 죽방렴 어업을 그린 게 있다”고 설명한다.

남한강 상류의 선사시대 유적지인 금굴을 보면서 “인류 역사에서 굴은 단순 은신처가 아니라 신화가 탄생한 ‘황금동굴’이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해석이 이채롭다.

“동굴은 신성과 인간성이 만나는 곳이기도 해서 신이나 구세주가 모두 동굴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지모신(地母神)의 자궁이 바로 동굴과 일치했다. 인디언은 세계가 동굴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켈트족에게 동굴은 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다.”

낙동강의 가야사를 보기 위해 찾아간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선 놀이문화를 발견한다. 작은 면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지정 문화재가 2개나 되는데 하나는 나무로 만든 소를 어깨에 메고 승패를 가르는 쇠머리대기고,다른 하나는 동서로 편을 나눠 싸우는 영산 줄다리기다. 저자는 “단오 때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문호장(文戶長)굿이 벌어져 ‘놀이문화의 메카’로 선언해도 괜찮을 듯싶다”고 말한다.

그는 하루 만에 산골과 바다 문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강원 삼척시를 꼽는다. 봉황산에는 바다를 향해 선 채로 뒤쪽에서 덮쳐 오는 산세를 막아내는 미륵불이 있고, 장호해수욕장 근처 신남의 해신당에는 바다에 빠져 죽은 처녀의 원기를 풀어주기 위해 남근을 모셔온 전통이 남아 있다.

저자는 “우리가 마주하는 대다수의 것은 과거로부터 살아남은 잔재물”이라며 상상력을 갖고 사물을 대하라고 주문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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