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03>質勝文則野요 文勝質則史니 文質彬彬한…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우리 이름 가운데 빛날 彬(빈)자가 많다. 이 고상한 글자는 ‘논어’ 雍也(옹야)편에 나온다. 彬은 焚(분)의 일부가 음을, 터럭 삼(삼)이 뜻을 나타낸다. 탈 焚은 꾸밀 賁(분/비)과 관계가 깊다. ‘주역’의 賁(비)괘는 산 아래에서 해가 비쳐 산이 붉게 타는 모습을 나타낸다.

質(질)은 도끼 둘의 모습인 은(은)과 세 발 솥 鼎(정)의 줄임 꼴인 貝(패)로 이루어져 있다. 솥에 칼로 계약 사항을 새기는 일을 나타낸 데서 계약의 기본을 本質(본질)이라 했고, 또 質正(질정)과 質問(질문)이 파생되었다. 文은 죽은 사람 몸에 문신을 한 모습이었는데, 무늬 문양 문자 문장의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勝(승)은 소반에 담은 제물을 쟁기 곁에 두어 풍작을 기도하는 것을 뜻했다. 낫다, 이기다의 뜻이 파생되었다.

則(즉)은 세 발 솥에 칼로 계약 사항을 새겨 規則(규칙)으로 삼는 일인데, 접속사로 파생되었다. 野(야)는 밭의 신에게 제사지내는 里(리)에 발음 표시인 予(여)가 합쳐진 글자다. 들, 시골, 촌스럽다의 뜻으로 쓰인다. 史(사)는 주술을 넣은 그릇을 손으로 잡은 모습으로, 제사 일을 적는 사람, 歷史(역사), 역사를 적는 사람 등의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여기서는 역사와 예식만 잘 알고 精誠(정성)과 의리(義理)가 없는 매끈한 태도를 가리킨다.

사람은 거칠어서도, 미끈둥해서도 안 된다. 質朴(질박)이 지나치면 거칠고 文飾(문식)이 지나치면 미끈둥하다. 바탕과 문채가 어우러져야 ‘아우라’가 나온다. 단, ‘주역’의 賁(비)괘는 白賁(백비)가 최고의 꾸밈이라고 했다. 겉치레가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품격이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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